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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고전은 아이디어의 수원지다-기회비용에 대하여(2)
2018년 03월 01일(목) 17:29
빈녀일등 스토리는 논리 구조로 보면 앞의 교통 범칙금 관련 논란과 동일하다. 국왕을 비롯한 부자들은 기름을 듬뿍 넣은 비싸고 좋은 등을 바쳤고, 가난한 여인 난타는 싸고 보잘 것 없는 등을 바쳤다.

'물질' 적 차원에서 볼 때 난타의 등은 국왕이나 부자의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그러나 그 등을 준비하는 부담 측면인 '정성' 차원에서는 국왕과 부자들의 등이 난타의 등에 비교가 될 수 없다.

난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들여 등을 마련한 반면, 왕과 부자들은 자신이 가진 부의 극히 일부를 들여 별 부담 없이 편하게 마련한 등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시적·객관적'인 '물질' 차원에서는 당연히 왕과 부자들의 등의 가치가 크지만, '암묵적·주관적'인 '정성'(또는 부담) 차원에서는 난타가 바친 등의 가치가 더 크다.



'암묵적'·'주관적' 가치



성경의 과부 헌금 스토리에서는 과부가 헌금 궤에 넣은 돈이 분명 '어느 누구보다도 더 적은 돈'인데, 예수는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현시적·객관적'으로 분명 가장 적은 돈인데도 불구하고 예수는 역설적이게도 그 돈을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의 의미는 다름 아니다. 예수의 말씀 그대로 '다른 사람들은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있는 것을 다 털어 넣었으니 생활비를 모두 '바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바치는 이의 부담'(또는 정성) 측면에서 '가장 큰 것'이라는 이야기다. 즉 '현시적·객관적' 측면에서는 가장 적지만, '암묵적·주관적' 측면에서는 가장 큰 가치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는 누구나 한계가 있다. 어떤 거액을 가지고 있든 모두 '일정한 금액'을 가지고 있다. 부자라고 해서 무한대 금액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을 지출할 곳이 많다. 교통 범칙금을 내야 되고, 부처님 오신 날 등을 사야 되고, 교회·성당에 헌금을 내야 한다. 제한된 돈에서 범칙금을 내거나, 절에 달 등을 사거나, 헌금을 낼 경우 사람들은 이 용도에 돈을 쓰기 위해 다른 곳에 지출해야 할 것을 포기할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그 포기의 정도는 당사자 본인이 돈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교통 범칙금 10만원을 내는 경우 재산이 천억인 사람은 현실에서 포기해야 할 것이 거의 없을 터이고, 한 달 수입이 100만원 밖에 안되는 사람은 이를테면 사흘 동안 끼니를 걸러야 할 것이다. 절에 달 등을 사거나 교회·성당에 헌금을 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등 값이 또는 헌금액이 10만원이라고 할 때 이 돈이 부자에게는 거의 아무런 부담도 되지 않는 금액이 되겠지만, 월 100만원을 버는 이에게는 사흘 동안 꼬박 일한 노동의 대가일 것이다.

따라서 10만원을 범칙금이나 등 값으로 또는 헌금으로 지출할 경우, '지출 이면'(암묵적)에서 그 '지출한 사람 입장'(주관적)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부자 입장에서는 그 포기할 것이 미미하지만 가난한 이 입장에서는 당장 끼니를 걸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현시적·객관적' 입장에서는 부자·가난한 이 모두 동일한 가치의 10만원이지만, 그 10만원을 지출함으로써 포기해야 할 '암묵적·주관적' 입장에서는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포기 이익, 부의 크기따라 달라



한마디로 범칙금이나 등 구매비용, 헌금 등을 지출할 경우 그 돈을 '다른 곳'(다른 '기회')에 사용하였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결과적으로는 포기되는 이익 즉 '-이익'=비용)이 있는데, 이 이익은 부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다. 부자는 포기해야 할 이익이 거의 없지만 가난한 사람은 사흘간의 끼니를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부자와 가난한 이 '각자 입장에서의 총 부담 비용'을 따지기 위해서는, '현시적·객관적' 지출 금액에, 이 지출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각자의 '암묵적·주관적' 이익을 더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큰 부자는 '10만원+0'에 가까운 금액일 것이고, 가난한 이는 이를테면 '10만원+사흘간 굶기'가 될 것이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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