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대학 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캠퍼스는 물론이고 도시의 중심상가까지 졸업생과 가족·친구들이 몰려들어 축하의 분위기가 넘쳐났다. 학교 입구에서 꽃을 파는 상인들과 화원에도 축하의 꽃다발을 사려는 발걸음이 줄을 잇고 학교주변 도로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찌감치 차량들로 정체되기 일쑤였다.

예전의 대학 졸업식이 이처럼 화려했던 것은 대학이 지닌 의미 때문이다. 과거 대학은 신분상승의 통로나 다름 없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기에 대학을 보내기가 매우 어려웠고, 그 희소성으로 인해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기회도 많았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대학 졸업식이 축하분위기로 넘쳐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렇지만 요즈음 대학 졸업식은 축하 분위기와 착잡함이 교차한다. 오히려 썰렁하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지난 한주는 대학들의 졸업식이 몰려 있었다.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한 대학 졸업식 스케치 기사들을 보면 축하와 착잡함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졸업식 특수'를 노렸던 꽃장수들의 표정도 그리 밝지 못했고 취업을 못해 졸업식에 불참한 졸업생들은 전화나 문자로 동기들과 이별하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취업 한파에 시달리는 우리 청년들의 현 주소인 셈이다.



졸업식 풍경조차 바꾼 취업난



청년층의 취업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지난 2013년 이후 4년째 악화일로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9.9%로 2000년부터 가장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실업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해 전체 실업률이 3.73%이었던 반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최근 3개월 새 24%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심각하다. 대학 졸업식 분위기가 왜 가라앉았는지 이해가 된다.

역대 정부는 청년층 일자리를 위해 많은 정책들을 시도했다. 특히 정치권은 선거때만 되면 청년층 일자리 공약을 맨 먼저 제시했다. 하지만 결론은 꽝이었다. 이번에도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추경안의 추가 확보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추가 추경은 안된다며 결사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야당의 대치에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의 마음만 더욱 무거워진다.

사실 청년 취업난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미래의 문제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출산율 실태를 보면 충격을 넘어 암울함 자체이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추락하며 그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초저출산의 길로 들어섰다. 자칫 국가적 대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신생아 규모가 격감한 이유는 만혼, 청년층의 취업난, 여성들의 일·가정 이중 부담, 가임 여성 감소 등 복합적 요인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가장 영향이 큰 것은 역시 청년층 취업난이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을 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터인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역대 정부는 청년 일자리와 출산율 개선을 위해 수백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번번이 실패했다. 그동안의 대책이 지엽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로 바꿀 수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나 삶의 질 개선과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다.



맞춤형 일자리 대책 마련돼야



청년 일자리와 출산 대책은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더 늦기 전에 치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돈만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청년층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맞춤형 대책이 관건이다. 특히 더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생들의 청년층 일자리 문제와 삶의 질 개선 대책이 우선시돼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로 나가는 대학 졸업식에서 주인공인 청년들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기쁨을 나누는 졸업식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