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출마를 결심한 입지자들의 몸과 마음이 바빠질 시간이다. 현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입지자들은 이미 시작된 선관위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얼굴 알리기에 돌입했다. 6.13 지방선거전이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그렇지만 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것은 입후보자들에 국한되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입지자들과 유권자인 지역민들의 마음과 생각은 따로 노는 모양새다. 입후보자들이 오로지 공천에만 혈안인 탓이다.

입후보자들에게 공천은 중요하다. 공천을 받지 못하면 본선에 나갈 수 없다. 중앙당 공천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초강세다. 특히 광주·전남은 더욱 그렇다. 후보자들이 공천과 관련해 중앙당 눈치를 보거나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려는 것을 일견 이해는 간다.



공천에만 혈안 정책대결 실종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선거에서 유권자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공천 과정부터 지역의 현안들을 파악하고, 이를 중앙당 및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는 공천 과정부터 지역발전의 정책 및 현안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당과 유권자들에 정리된 입장과 의지를 제시하고 이를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당은 물론이고 입후보자 본인들의 의지도 없어 보인다. 혹여 지금은 공천에 신경을 쓰고 본선 가서 지역 공약을 제시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안이한 생각이다. 공천 과정부터 현안의 해법이나 공약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답보 상태를 보이는 지역 현안들은 수두룩하다. 특히 오랜 시간 겉돌아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올라왔던 사안들이 이번에도 공약으로 오르내리고 있을 지경이다. 광주시를 예로 들면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비롯해 어등산 개발 문제, 특급호텔 건립 문제 등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와 닮은 꼴이다. 진척의 정도가 더디거나 아예 답보 상태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의 경우, 전·현직 시장들이 추진과 중단을 반복하며 논란만을 확대 재생산, 착공 시기가 아직도 불분명하다. 그나마 윤장현 시장이 임기 내 착공을 강하게 언급하면서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광주시가 환경영향평가 후 착공하겠다고 밝힌데다 푸른길 공원을 우회해 건설하겠다고 설계변경 방침을 밝히면서 착공 시기가 임기내에서 연내로 바뀌었다. 광주시와 비슷한 시기 도시철도를 시작한 대전시가 3호선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어등산 개발문제나 절실한 특급호텔 건립 문제는 아예 4년 전의 상황과 엇비슷하다. 돌고 돌아 제자리걸음의 형국이다. 특히 지역경제의 큰 축인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위기의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으나 아까운 골든타임만 지나가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학생들이 없어 폐교되는 학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광주·전남의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지방선거는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역발전 비전 제시가 우선



상황이 이렇게 엄중함에도 선거전은 후보자간 비난전과 물밑 합종연횡 움직임만 부각되고 있다. '정책'은 실종된 채 '정치 공방'으로 날이 새는 격이다. 매번 선거때만 되면 이같은 비난이 나오는데 맷집이 강해져서 그런지 의식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4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현재의 현안들이 또다시 공약으로 올라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안타깝지만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 각 당이나 입후보자들은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지역민을 위한 정책 선거를 보여달라"는 지역 원로 정치인들의 주문을 깊이 새겨야 한다. 이번 선거가 광주·전남 지역발전의 골든타임임을 후보자들과 당은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