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는 여름의 문턱까지 왔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전 국민이 나들이 계획을 세우며 들떠있을 것이다. 특히 석가탄신일에는 가족의 건강과 소망을 기원하는 불교행사로 많은 국민들이 전통사찰과 주요 문화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8년 설날 마지막 연휴인 2월 10일 일요일 오후 8시 50분께 발생했던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영상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한 노인의 방화로 시작된 화재는 진압에 5시간이 넘게 걸렸으며, 복구하는데 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2005년에는 강원도 양양 산불로 낙산사의 많은 문화재가, 지난 2009년에는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여수 향일암이, 지난 2012년에는 근대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이던 정읍 내장사 대웅전이 화재로 인해 소실됐다.

화재 원인을 예측하기 어렵고 문화재라는 특수성이 있어 화재 예방과 진압이 어렵지만 문화재는 단순히 금전적인 가치로만 계산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우리민족의 문화가 담겨 있다. 한 번의 실수,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으로 화재가 발생해 소실되면 금전적 손실을 넘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손상돼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복구하기는 어렵다.

해마다 소방서에서는 문화재 화재 예방을 위해 합동소방훈련과 전통사찰 등 문화재 관리인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안전점검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대부분 목조건물인데다 산중에 위치하고 있어 화재 초기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에 화세가 확대되기 때문에 진압이 쉽지 않다.

또 대부분의 목조문화재는 단독 건물의 면적이 작고 단층 건물로 이뤄져 소방법상 소방시설 적용이 약하고 강화된 소방시설 소급적용마저도 쉽지 않아 문화재별 소방시설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소방시설이 문화재 미관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치를 꺼려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하는 경우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각종 문화재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쏟아져 나왔던 사후약방문 격의 대책을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목조문화재 특성에 맞는 소방시설과 약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부분의 문화재가 산중에 위치한 만큼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방화선을 구축하고 화재진압을 위한 소화용수 확보 방안을 개발하고 의무화해야 한다.

문화재는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역사이자 이 나라의 얼굴이라는 점을 5,000만 국민이 함께 공감하고 노력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목조문화재 인근에서 흡연을 하거나 취사도구를 사용해 음식을 해먹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국민 모두가 감시자가 돼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미투운동'처럼 목격한 사례를 관련기관에 제보해 다시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를 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