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보니 그날의 생생한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합니다."

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16mm 흑백필름 미공개 영상이 38년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9일 오후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극장3 상영관.

이곳에는 가슴아픈 5월 그날을 잊지않고 기억하려는 시민들로 꽉 들어찼다.

72분 분량의 이 영상은 민주항쟁의 사실적 모습이 기록되 있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장면들도 많이 담겨 있어 시민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영상 중간중간에 양라윤 문화해설사의 해설이 곁들어져 시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5월 21일 발포전 금남로 앞에 전투경찰과 계엄군들과 시위대의 대치장면으로 영상이 시작됐다.

군인들은 곳곳에 배치됐으며 탱크와 계엄군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M-16소총을 등 뒤로 가로질러 맨 공수여단 계엄군 병력과 주먹을 하늘로 내뻗는 군중들이 대치했다.

계엄군과 군중사이에서는 확성기를 손에 쥔 전옥주씨가 시민들을 향해 무언가를 외친다.

수많은 시민들은 버스에 올라타 태극기를 흔들며 전씨의 말에 동조했다.

적십자 병원, 전대병원, 기독병원 영안실에 무차별하게 폭행을 당한채 태극기에 쌓여 누워있는 시신들의 모습이 나오자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비록 음성은 나오지 않았지만 항쟁에 나선 군중의 함성과 주검을 붙들고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통곡이 마치 화면을 뚫고 나와 극장안에 울리는 듯 했다.

22일 도청일대를 촬영한 장면에서는 시위대 차량을 탄 시민들이 광주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주먹밥을 나눠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모습과 헌혈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영상을 통해 비춰졌다.

이 장면을 본 한 어르신은 '아 저때 저랬었지'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밧줄에 묶여 계엄군에 연행되가는 시민들, 버스에 엎드려 공포에 떨고있는 시민들과 도청 금남로 일대의 주변상황까지 당시의 비참함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광주로 모여든 외신기자, 통역사 등 진실을 기록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의 모습도 생생히 담겼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30일 망월동 묘지 상황도 화면에 펼쳐졌다.

트럭은 수많은 관들을 나르고 있었고, 상복을 입은아이 아들의 영정사진을 붙들고 오열하는 어머니가 나오자 관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시민 신 모씨(80)는"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사무관으로 근무해 영상속 모습이 생생히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며 "도청이 점거당한 21일엔 일직 근무를 서서 그날의 끔찍함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고 말했다.

        길용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