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허세 조 영 환 수필가 |
| 2018년 06월 07일(목) 18:20 |
'하하 해도 빚이 천 냥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호기 있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근심이 가득하다'라는 의미다. 오늘날 젊은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허세(虛勢) 부리기를 좋아하는 걸 보면, 별 실속 없이 남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멀쩡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다양한 고급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덜컥 새 단말기로 교체하곤 한다. 어떤 젊은이는 별 수입도 없으면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장기 임대해서 타고 다닌다. 오래지 않아 할부금을 제때에 갚지 못해 뒷감당이 안 되면 차를 헐값에 도로 팔아 고스란히 부모에게 남은 빚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 한 쪽이 밍근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겉모양만 화려하게 꾸미는 허세를 버리고, 실속 있는 소비에 대한 인식이 더 널리 확산되면 좋겠다.
서양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싶어 하던 이들이 꽤 있었던 듯하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이자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은 평소 그토록 동경해 왔던 영국의 런던을 방문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대도시에서 청중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잔뜩 기대했던 하이든은 음악회에 참석한 청중들이 너무나도 시끄럽게 떠들고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그는 그의 책 '하이든 서간 전집'에서 "상상해 보라. 연주회장에서 그것도 소수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일부는 코를 골고, 일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일부는 코를 골고, 일부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장면을 말이다. 청중들에게서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라며 탄식했다.
사회의 번영으로 부를 쌓은 시민들이 음악회에서 얻으려고 했던 것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관심은 연주회장이 얼마나 화려하게 장식을 했는지, 샹들리에가 얼마나 멋진지, 자신이 입은 옷을 상류층 사람들의 옷맵시와 비교해 보았을 때 얼마나 비슷하게 꾸몄는지, 콘서트에서 '손잡이 달린 안경'을 써야 좋은지 등에 달린 듯이 보였다.
부를 축적한 시민계층이 부와 지위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피아노였다. 고가의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하는 것은 그때까지 선택받은 최고 상류층만의 취미였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이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19세기 초에 그려진 그림 가운데 '피아노 치는 딸'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농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들은 음악회에 갈 때면 한껏 겉멋을 부리고, 벼락부자의 상징인 손잡이 달린 안경과 지팡이를 들고 고급 모자를 머리에 쓴 채 나타났다. 어떤 기록에는 "음악을 반주 삼아 가족과 수다를 떠는 것이 커다란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라고 적었다.
심지어 어떤 남성들은 여성들과 좀 더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여성들 쪽으로 의자를 돌려 무대를 등지고 앉기도 했으며,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공연장 안에 대화를 자제시키는 사람을 배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작곡가의 음악을 들을 기회를 가진 청중들이 최고 음악의 가치를 지닌 곡을 감상하는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외형을 단장하기에만 몰두했던 어두운 단면은 허세로 가득한 오늘날의 세상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이기적으로 소비하거나, 과도하게 낭비하면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불행해지고 말 것이다.
옛말에 '빠른 바람에 굳센 풀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성실하게 내실을 기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막상 인생에 시련의 바람이 불어올 때 견디지 못한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웃과 나누는 마음을 향상시키면 개인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웃들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가 자주 범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내가 가진 본모습보다 더 낫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겉치레에 신경을 쓰다보면, 날로 시름이 많아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치 친구처럼 내가 가진 본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나의 허물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곁에 많을수록 우리는 용기 있게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종종 세상에 진짜 평범한 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의 내 본모습을 당당히 사랑할 뿐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보자. 과시하려는 탐욕을 버리고, 자기 자신만이 만족을 누리고자 하는 허세를 버리자. 그 대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함으로 '베푸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 우리 모두가 고대하는 참 행복이 아닐까.
요새 젊은 친구들은 멀쩡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다양한 고급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덜컥 새 단말기로 교체하곤 한다. 어떤 젊은이는 별 수입도 없으면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장기 임대해서 타고 다닌다. 오래지 않아 할부금을 제때에 갚지 못해 뒷감당이 안 되면 차를 헐값에 도로 팔아 고스란히 부모에게 남은 빚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 한 쪽이 밍근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겉모양만 화려하게 꾸미는 허세를 버리고, 실속 있는 소비에 대한 인식이 더 널리 확산되면 좋겠다.
서양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싶어 하던 이들이 꽤 있었던 듯하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이자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은 평소 그토록 동경해 왔던 영국의 런던을 방문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대도시에서 청중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잔뜩 기대했던 하이든은 음악회에 참석한 청중들이 너무나도 시끄럽게 떠들고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그는 그의 책 '하이든 서간 전집'에서 "상상해 보라. 연주회장에서 그것도 소수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일부는 코를 골고, 일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일부는 코를 골고, 일부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장면을 말이다. 청중들에게서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라며 탄식했다.
사회의 번영으로 부를 쌓은 시민들이 음악회에서 얻으려고 했던 것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관심은 연주회장이 얼마나 화려하게 장식을 했는지, 샹들리에가 얼마나 멋진지, 자신이 입은 옷을 상류층 사람들의 옷맵시와 비교해 보았을 때 얼마나 비슷하게 꾸몄는지, 콘서트에서 '손잡이 달린 안경'을 써야 좋은지 등에 달린 듯이 보였다.
부를 축적한 시민계층이 부와 지위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피아노였다. 고가의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하는 것은 그때까지 선택받은 최고 상류층만의 취미였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이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19세기 초에 그려진 그림 가운데 '피아노 치는 딸'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농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들은 음악회에 갈 때면 한껏 겉멋을 부리고, 벼락부자의 상징인 손잡이 달린 안경과 지팡이를 들고 고급 모자를 머리에 쓴 채 나타났다. 어떤 기록에는 "음악을 반주 삼아 가족과 수다를 떠는 것이 커다란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라고 적었다.
심지어 어떤 남성들은 여성들과 좀 더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여성들 쪽으로 의자를 돌려 무대를 등지고 앉기도 했으며,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공연장 안에 대화를 자제시키는 사람을 배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 작곡가의 음악을 들을 기회를 가진 청중들이 최고 음악의 가치를 지닌 곡을 감상하는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외형을 단장하기에만 몰두했던 어두운 단면은 허세로 가득한 오늘날의 세상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이기적으로 소비하거나, 과도하게 낭비하면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불행해지고 말 것이다.
옛말에 '빠른 바람에 굳센 풀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성실하게 내실을 기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막상 인생에 시련의 바람이 불어올 때 견디지 못한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웃과 나누는 마음을 향상시키면 개인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웃들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가 자주 범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내가 가진 본모습보다 더 낫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겉치레에 신경을 쓰다보면, 날로 시름이 많아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치 친구처럼 내가 가진 본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나의 허물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곁에 많을수록 우리는 용기 있게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종종 세상에 진짜 평범한 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의 내 본모습을 당당히 사랑할 뿐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보자. 과시하려는 탐욕을 버리고, 자기 자신만이 만족을 누리고자 하는 허세를 버리자. 그 대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함으로 '베푸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 우리 모두가 고대하는 참 행복이 아닐까.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