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닮은 인물을 위트넘치게 그려나가는 전현숙 작가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성혜림 작가는 엄마와 딸처럼 25년의 나이 차가 있다. 세대는 다르지만 두 작가의 작품 출발점은 모두 자신에서 비롯된다.

동구 장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집에서 내달 27일까지 '내가, 우리가, 그림이 되다'는 여성작가의 섬세한 시각으로 비춰낸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다.

스스로 "내 삶에서 나의 그림은 태어난다"라고 말하는 전현숙 작가는 자신을 닮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간다.

이번 전시에는 현재 작가만의 특징적 이미지가 시작되는 시점인 2008년 작품도 전시되어 그동안 작품의 변화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2008년 작 '가슴앓이'는 피노키오의 모습을 한 아들에게 젖을 먹이며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 표정의 여인이 그려졌다. 엄마이자 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시작된 고민을 어떻게 이미지화시켜 나아갔는지 알 수 있다.

전현숙 작 '가슴앓이'

작가이자 여성으로 살아오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잠시 물러났던 나'와 단 한 번도 '사그라들지 않는 자아'는 그림 안에서 팽팽하게 공존한다. 원색의 화면은 화려하면서도 무미건조한 듯 하고, 확연하게 형상이 드러나는 인물은 묘한 표정들로 채워진 듯하다.

비슷하게 살아가는 삶의 면면이겠지만 저 깊은 곳에 자리한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나 힘겨움, 갈등, 버거움은 결코 무겁지 않게, 위트 넘치게 전현숙 작가만의 특별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성혜림 작가는 어린시절 마냥 어른이 되고팠던 맘은 뒤로 물러난 채 어른이 되어 마주하게 된 세상의 부조리함, 불안함,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껴가는 자신의 마음을 그려냈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가 아닌 외면하는 시선, 고개를 돌린 우울함과 외로움 가득한 아이의 모습엔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이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들을 헤쳐나아가야 하는 행복과 불안이 공존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그려져 있다.

예술공간 집 문희영 대표는 "전현숙 작가가 자전적 모습으로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면, 성혜림 작가는 아이라는 존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이야기한다"면서 "두 작가의 작품으로 내 안의 나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62-23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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