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뭐'라는 말을 탄식처럼 내뱉곤 한다. 무슨 일이 의도대로 안돼 답답함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이려니 이해하지만 농사짓는 일을 깔보는 듯해 시골사람이라면 유쾌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울 듯하다. 무엇보다 도시생활이 보편화된 요즘 '시골 가서 농사 짓기'의 결심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시골이라는 곳이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을 접하기 힘든데다 대중들과의 조직 생활도 어려운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 시골로의 '귀농'이나 '귀촌' '귀어'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의 '2017년 귀농·귀촌 통계 조사'는 이를 뒷받침한다.



현실과 맞지 않는 지원 정책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 귀농·귀촌자 수는 모두 4만607명이었다. 우리지역 장흥군 인구와 맞먹는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자체들이 귀농·귀촌 운동을 펼친데 따른 허수도 있겠지만 어찌됐건 1년새 2천여 명이 늘어났다.

특히 귀농 인구가 전국적으로 2% 가까이 줄었으나 전남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니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 37%, 광주에서 34.2% 등 대도시에서의 이전이 많았다니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는 이유는 도시생활에 대한 염증, 일자리 부족에 따른 취업난, 여유있는 삶에 대한 웰빙 바람 등 다양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중 심각한 취업난 탓에 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취업난 때문에 '도시 탈출'를 하는 젊은이들은 늘어만 가는 추세다. 지난해에만 도시를 떠나 시골로 옮겨간 이들 중 절반 정도가 40세 미만 청년층이었다. 취업난이 도시 탈출을 부추긴 셈이다. 이는 '인생 이모작' 차원에서 귀촌·귀농을 결정하는 장년층과 비슷한 비율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각에선 귀농·귀촌 인구 증가 요인을 일시적 현상으로 격하하기도 한다.

특히 농민단체 등은 정책보단 각 지역별로 조성된 혁신도시나 세종행정복합도시 등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5년여 동안 통계를 보면 귀촌자는 느는데 귀농자는 줄어드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귀농·귀촌 의향은 실제 현상이다. 최근 서울거주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 2명 중 1명이 귀농 의향이 있다는 소식도 나온 바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시골로선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도시민들의 농촌 정착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격감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농업 후계 인력 문제의 해소, 농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책이나 제도가 이들의 희망을 따라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물론 일선 시·군들이 시행하는 귀농·귀촌 정책들을 보면 천편일률인 탓이 크다. 설명회와 예비 귀농인 대상 팸 투어, 종합지원센터 운영 등 지역에 맞는 특성화된 정책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실제 귀농·귀촌 인구의 상당수는 사전 준비 부족 등으로 도시로 되돌아가거나 보조금만 지원받고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질적 정착 위한 제도 필요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 절벽' 위기에 직면한 시골지역으로선 단비와 같은 일이다. 따라서 이를 호기로 삼아 인구 격감을 막고 주민 수를 늘리는 대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나서 귀농·귀촌인, 특히 젊은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적극적인 풀 서비스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 농촌 지역 활성화에 전력을 다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