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부터 시작된 무더위에 닭들이 픽픽 쓰러지는데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한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17일 오전 나주시 관정동에 위치한 한 양계농장. 아침일찍부터 축사내부 온도는 매시간 급격하게 올라갔다. 6개동의 축사동에 스프링클러가 쉴새없이 물을 뿌려댔지만 치솟는 열기를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곳에서 20년 째 양계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차장근씨(62)는 "20년 동안 이곳에서 닭을 키워왔지만 올해 여름이 유독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날씨속에 폭염경보가 일주일 째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닭들이 폐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차씨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는다.

자신의 사육동에 있는 닭들도 벌써 무더위에 지쳐 언제 폐사할지 모르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계장에 스프링클러 안개분사기와 대형선풍기를 틀고 대형 지하수에서 물을 끌어올려 축사에 뿌려보지만 벌써 수백마리의 닭들이 이번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

차씨는 "닭의 체온이 40도정도이다 보니 한여름 양계장 온도는 40도가 훌쩍 넘어간다"며 "닭들이 더위에 지쳐 바닥에 앉으면 고열로 죽기 때문에 오후 2~3시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전까지 수시간 동안 닭들과 함께 양계장 안을 뛰어다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매년 여름만 되면 폭염으로 폐사된 닭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혀 없다"면서 "사육중이던 닭이 15%만 폐사해도 양계농장의 수입은 모두 사라지는데 축산당국은 아무런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인근에서 또다른 양계장을 운영하는 김 모씨(57)는 "지난 16일 스프링클러와 대형선풍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양계장 내부 온도가 40도까지 치솟으면서 기르던 닭 수천마리가 폐사했다"며 "정부는 매년 폐사하는 닭 숫자만 세지 말고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날까지 전남 18개 시·군에서는 총 97개 농가에서 기르던 가축 12만 4,000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폐사된 가축은 닭이 11만 6,000마리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오리 8,000마리, 돼지 470마리 등이었다.

폭염으로 인한 가축피해가 잇따르자 전남도는 가축피해예방 현장 기술지원단과 여름철 가축질병신고센터 등을 운영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전남도 관계자는 "폭염과 이로인한 질병예방을 위해 사육환경 관리 지도 리플릿 4,000부를 만들어 배포했고, 가축재해보험 가입 독려 및 재해예방 홍보를 하고 있다"며 "축산 농가들은 더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밀식 사육을 자제하고 축산내부 온도 조절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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