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산악인 김미곤 대장이 지난 9일 낭가파르밧(8125m)의 등정에 성공, 2000년 초오유(8,201m) 등정을 시작으로 18년 만에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1986년 무산소 등정으로 14좌를 완등한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를 시작으로 세계 40번째이자 국내 6번째 완등자가 되었고 전라도에서는 한왕용 대장에 이어 두 번째로 완등을 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2001년 박영석 대장(세계 8번째), 엄홍길 대장(9번째), 2003년 한왕용 대장(11번째), 2010년 세계 여성 최초 완등자 오은선(22번째), 2013년 김창호 대장(31번째)에 이어 6번째로 김미곤 대장이 올랐다. 이번에 김 대장이 등정에 성공한 낭가파르밧은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악마의 산'이라고 불릴 만큼 가장 위험한 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대장은 1년 전 낭가파르밧에서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철저한 훈련과 준비 끝에 다시 도전하여 기필코 이루어내고야 말았다. 김 대장의 투혼은 단지 한 산악인으로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전라도에도 '의지의 산사나이'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증거라 생각하며 가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전라도에선 두 번째 완등 쾌거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실패가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산악인 허영호도 1985년 로체샤르(8,382m) 등정을 하며 안간힘을 다해 오르고 또 올라 마지막 고비인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그냥 하산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힌 적이 있다고 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온힘을 다 기울이고 나면 내려올 체력이 부족할 것 같아 정상 등정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등반이 정상에 오르는 순간 끝난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그러나 산의 정상은 목표의 절반에 위치한 반환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채근하며 내려왔다 한다.

산의 정상이 목표의 반환점에 불과하다는 허영호 대장의 하산은 삶의 여정에서 올라가야 할 순간과 내려가야 할 순간의 겸손한 선택을 보여준 용감한 결정이었다. 허영호도 순간이나마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기대와 정복의 욕망에서 얼마나 망설였겠는가. 그러나 그는 하산을 결정하는 용기를 선택했다. 무엇이 그런 용기 있는 결정을 하도록 했을까? 아마 산을 자주 오르면서 몸에 밴 겸손이 아닌가 싶다. 허영호는 그 겸손 덕에 그 다음 번 등정에서 목표를 성취했다. 김미곤 대장 또한 자연에 대한 외경과 더불어 삶에 대한 겸손이 14좌를 완등하게 하였다고 본다.

우리는 산에 오르는 높이만큼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세상의 욕망에 대한 부질없는 깨달음을 통해 겸손을 배우게 된다. 자신을 낮추는 일은 결코 쉽지않다. 그러나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알게 되면 자신을 스스로 내려놓는 겸손을 배우게 된다. 사람이 겸손해 지면 그 하는 일이 산을 닮아 간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산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좋은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모두 포옹하고 귀하게 여기며 모두를 사랑하는 인자(仁者)가 된다.

산이 주는 겸손은 세상의 훈풍

어진 사람이 산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산을 좋아하다 보면 사람이 어질어질 수밖에 없다. 어진 사람은 산을 닮아 고요하고 맑은 모습으로,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꾸어 가는데 게으르지 않다. 산이 특별히 욕심내는 일 없이 눈이 오면 눈을 이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안고 늘 그렇게 넉넉하게 자리하고 있듯이 높은 산에 올라 본 사람은 고난과 역경에 단련된 넉넉함으로 겸손해진다.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지난 18일 귀국한 김미곤 대장이 보여준 겸손의 미덕이 우리 모두가 사는 전라도를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훈풍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