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이 먹은 나에게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하고 물어 온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나무처럼 그리고 지금의 너처럼 곧게 서서 살아왔단다' 하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일본 문학계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의 산문집 '나의 나무 아래서'의 한 구절이다.

도박이라는 치명적 열정에 휩싸여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면서도 실체를 잘 인식하지 못해 몸서리치고 있는 이들에게 필자가 오늘도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세상에 나기도 전부터 이미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데, 스트레스란 단어는 사건이나 상황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며, 특정경험에 대한 반응을 묘사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단순한 자극이나 반응을 넘어서서 환경적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을 가리켜 스트레스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심리학자 라차루스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떻게 평가했는가에 따라 스트레스의 발생여부가 결정된다고도 했다. 가령, 현재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폭염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폭염으로 인한 수면곤란 반응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나아가 현재의 폭염 현상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기후변화로 단정하고,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를 한다면 정서적 불안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스트레스원에 대한 평가 여부가 스트레스 지각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도 없다.

지진과 같은 파국적 사건에서부터 실직과 같은 주요인생사, 그리고 줄어들지 않는 마트 계산대 줄과 같은 일상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트레스원이 우리 곁에 상주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생각, 정서, 행동적 방법을 동원해서 이러한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일상의 평온을 되찾는 것이 상책인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각자가 지닌 마음의 필터이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해 최대한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자신만의 필터를 확보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평가를 통해 결정된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법은 문제중심대처(스트레스원을 직접 변화시키거나 상호작용하는 방식)와 정서중심대처(스트레스에 대한 회피와 무시, 혹은 정서를 다루는 방식)로 구분할 있다. 문제중심대처가 더 적응적인 대처가 될 수도 있지만 대처에는 개인차가 존재하며, 효과적인 대처에는 세가지 요인(통제력, 낙관성, 사회적지지)가 영향을 미친다.

도박자들에게도 이러한 마음의 필터는 매우 중요하다. 우연히 시작한 사교도박에서 하면 할수록 잃게 되는 필패구조로 빠져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 그들과 함께 그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한 마음의 필터를 비롯한 다양한 대처옵션이 매우 빈약했음을 보게 된다.

회복과정은 자신의 과거와 삶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자신의 대처가 현재의 도박문제와 매우 닮아있음을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자신의 허물을 감싸 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더불어 도박문제에 취약한 선행요인과 촉진요인, 그리고 현재의 문제를 유지시키는 요인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한다. 나아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법을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 또한 갖게끔 조력한다.

이 과정이 회복과정이자,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과정이기도 하니까.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자신을 응시하며, 바로 보게끔 하는 기회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주어질 수 있을까? 직업병적 바람이 있다면, 이러한 화두를 습관적으로 꺼내 바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 마주하게 될 언제 어느 날, 고향의 숲으로 돌아가기 전에 유년시절의 내가 되어 스스로에게 되물어봄직한 말, "어떻게 살아왔습니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