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하루가 멀다하고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한달이 넘도록 비가 오지 않으면서 한반도 전체가 용광로처럼 펄펄 끓고 있다. 111년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도심과 농촌은 물론 사회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고온 현상이 한달째 계속 되면서 각종 피해 또한 속출 하고 있다. 온열 질환자만도 광주전남에서 370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사망자 또한 갈수록 늘고 있다. 가축들도 부지기수로 쓰러지고 있다. 38도를 오르내리는 살인적 더위에 하루에도 수만 마리의 소·돼지·닭 등 가축들이 폐사하고 있으며, 이로인한 농가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고추 등 농작물 피해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으며, 고수온에 따른 양식어류 폐사 또한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다.



천재지변 수준의 이번 폭염



그야말로 천재지변 수준의 폭염재해가 사회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냉방기 조차 가동 못하는 서민들은 선풍기 하나에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그나마 냉방기 혜택(?)을 누리는 서민들 또한 쏟아질 전기료 폭탄에 전전긍긍 해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사회 소외계층, 특히 의지 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의 힘겨운 '폭염나기' 다. 에어컨은 커녕 변변한 선풍기 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 독거노인들은 한낯엔 한증막으로 변하는 방을 피해 동네 경로당이나 편의점 등을 전전하고 있다. 그나마 주변에 경로당이라도 있어 더위를 피할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마저도 없는 지역 노인들은 주변공원 나무 그늘이나 양동시장 복개천 다리 아래서 부채 바람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이정도면 이번 더위는 노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에 다름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더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기상당국에 따르면 폭염은 앞으로 지구 고온화 현상에 따라 해가 가면 갈수록 그 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해마다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자연재해 라면 보다 항구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관할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는 의례적이고 관행적인 대책만 내 놀 뿐 장기적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손을 놓고 있다. 작금에 전국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료누진제'만 해도 그렇다. 현실에 맞지 않는 과거 기준만 고집 할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제도개선이 시급 함에도 정부정책은 더디기만 하다.

요즘처럼 살인적 폭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냉방기는 국민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는 필수 도구다. 주변나라 일본처럼 국민 건강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가정마다 전기료 1~2만원 할인이 고작이다. 평소 2만원 전기세를 내던 사람이 이번 여름 37만원을 부담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1~2만원 할인은 국민정서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생색내기 다. 전기료 무서워 그사이 냉방기 가동 조차 꺼렸던 서민들도 이번 살인적 무더위앞에 가동 스위치를 누를 수밖에 없다. 하여 이번 정부의 전기료 할인폭을 크게 주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고작 1~2만원 이라니 한숨이 나온다. 오죽하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전기요금 인하 거부하고 싶다'는 글까지 올라오겠는가. 그만큼 정부의 조치가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냉방권' 이제는 국민기본권



국민생활에 이제 냉방기는 필수용품이며, 전기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 재화이다. 특히 보살핌이 필요한 무의탁 노인들과 서민층엔 당국이 지원해야 할 기본 복지 서비스다. 2017년 6월말 현재 광주전남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광주 17만2,572명, 전남 40만4,673명 등 모두 577,245명에 이른다. 이중 혼자사는 독거 노인은 광주 3만4,960명, 전남 12만5,391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각각 20%, 31%에 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일정한 수입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여름 이들의 폭염나기가 어떨지 상상이 안간다. 중앙정부 차원의 근본대책과 함께 광주전남 지자체들의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