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의 씨가 들어있어야 할 자리에는 귤이, 멜론의 중심 부분에는 자몽이 박혀 있다. 사과 꼭지에 파인애플 꼭지가 달려있기도 하고, 참외를 절단한 면에는 키위가, 바나나에는 의외의 과일들이 숨겨져 있다.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은 15일부터 31일까지 은암미술관 청년작가 초대전 'Mixed Signal 황정후'전을 개최한다.

황정후 작가는 그동안 꾸준히 작업해 온 과일시리즈와 사진작업의 시작점이 되었던 마스크시리즈 작품과 함께 꼴라주기법으로 제작한 신작 'Mixed Souvenir' 시리즈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황정후 작가가 광주에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으로서 의미가 깊다.

프랑스 쌩떼띠엔느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한 황 작가는 10여년간 프랑스에 체류후 귀국한 뒤 광주에서 꾸준히 작업을 해 왔다. 지난 2015년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센터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레지던시를 마친 뒤에도 개인적으로 북경 흑교예술구에 작업실을 열어 작업과 활동을 이어나가다 지난해 귀국했다.

작가의 작품들은 일상적인 것들과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문맥에서 벗어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과일 시리즈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과일에서 벗어나 낯선 모습으로 나타난다.

마스크 시리즈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작가의 마스크 시리즈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얼굴 대신 가면이 씌워져 있거나 투명한 랩으로 겹겹이 가려져 있어, 그 인물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한 냉장고에는 반찬이나 식자재 대신 작가의 책들이 빼곡이 정리되어 있으며, 카메라 필름과 음료수 등이 한 켠에 놓여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그의 작업에서는 주체와 객체, 우월한 것과 저열한 것, 나와 너와 같은 이분법적인 또는 위계질서에 따른 구별을 찾아볼 수 없다. 서로 분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각각의 역사와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자신들의 위치를 차지한다.

전혀 다른 문맥에 있던 것들이 하나의 장소에서 보이는 것은 마이크로내러티브에 대한 강조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해결할 수 없는 분쟁에서의 개별적인 입장의 존중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 그의 작업이 의도하는 것은 이와 같은 혼합된 이미지들에 대한 다양한 관객들의 개별적인 반응일 것이다.

이로부터 나오는 의미의 다양성과 해석의 다양성이야말로 작가의 작업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픈식은 16일 오후 6시.

문의 062-226-6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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