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옹호하는 세력들이 태극기를 집회도구로 사용한 뒤부터 국경일에도 게양하기가 영 꺼림직 하구만"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광주전남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십가구가 몰려 있는 아파트 1개동에 한두 가구만 태극기를 내걸었고 나머지 가정들은 국경일에 무관심한 반응이었다.

이날 낮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아파트단지. 20층 높이의 아파트에는 2세대만 태극기를 내걸었고 옆 동은 태극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광복절에서 총 340가구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서는 9곳만 태극기를 게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관리소장 박모씨(63)는 "2~3년전만해도 국경일이만 태극기를 내다 거는 가정들이 꽤 많았는데 박근혜 탄핵을 막으려는 세력들이 태극기를 집회도구로 이용한 뒤부터는 국경일에 태극기를 내거는 가정들이 크게 줄었다"며 "국기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진 탓인지 시간이 지나도 태극기를 게양하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광산구 아파트 밀집지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남북평화무드 조성 등으로 광복절에 대한 의미가 그 어느해 보다 크게 다가왔지만 태극기를 내걸고 환영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수백가구가 밀집한 아파트단지에서 유일하게 태극기를 게양한 선모씨(38)는 "광복절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태극기 게양은 당연한 일인데 국기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져 잠시 망설였다"며 "국가 차원에서 국기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국기달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도록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북구 운암동 박화향씨(22·여)은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다시 주권을 되찾은 매우 기쁜 날인데 태극기를 내건 집이 거의 없다"며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주 원인인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법을 만들어서라도 앞으로는 집회에 태극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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