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한반도는 북한의 대륙간탄도 시험발사와 핵실험, 여기에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민들은 감격스러워 했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6월 12일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까지 열렸다. 73년이나 이어오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대결구도가 조만간 마감되고 한반도의 분단상황도 녹아내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서 지금은 기우뚱거리지만 결국 한반도는 대결구도를 부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갈 나갈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이 지속되는 분단국가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이 됐다. 지금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에 살고 있다.



인류 문명은 칼과 창의 역사



인류의 문명은 칼과 창으로 이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지배하고 수탈하는 역사였던 것이다. 일본인이 쓴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에서도 로마의 흥망성쇠를 꿰뚫고 있는 것은 칼과 창의 문명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의 문명도 칼과 창으로 이뤄졌다. 단일 국가였던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분열된 뒤 남쪽 유다국은 북쪽 이스라엘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유다국은 주변 강대국들에 기대어 생존의 길을 찾기 위해 큰 나라와 동맹을 맺는다. 앗수르가 패권을 쥐자 이내 친 앗수르 정책으로 기울었다가 블레셋이 강해지자 친 블레셋으로 급속하게 기운다. 또 강대국으로 부상한 이집트에도 붙는 등 좀 더 큰 칼을 찾아 이리저리 휩쓸렸다. 이는 북쪽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칼과 창을 숭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지자 이사야는 꿈을 꾼다. '주께서 민족들 사이의 분쟁을 판결하시고, 뭇 백성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실 것이니, 그들이 칼을 쳐서 보습(농기구 일종)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오너라, 야곱 족속아! 주의 빛 가운데서 걸어가자.'

이는 이사야뿐 아니라 인류의 궁극적 이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갖게 되는 꿈이다. 인류는 오래 동안 칼과 창의 시대를 보내고 보습과 낫의 시대를 만드는 꿈을 꿔왔다.

드디어 이런 꿈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극한의 대결구도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불가침 조약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필자는 나아가 북한뿐 아니라 핵무기를 가진 모든 나라가 비핵화돼야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칼과 창의 문명을 보내고 문명의 대변혁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한반도 평화 지구촌 평화로



남과 북은 이런 문명의 대변혁을 이뤄낼 수 있다. 판문점에 시작된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갈등과 대결이 종식되고 공존과 상생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 중심에 남과 북이 있다.

한반도는 이제 더 이상 냉전의 현장이 아니다. 쓰라린 전흔의 현장도 아니다. 동북아 평화의 진원지로 변모해가고 있다. 나아가 인류문명의 대변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어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 서로를 죽이는 전쟁연습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반도의 평화가 인류의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