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타 지역 사람들이 남도에 오면 이런 말들을 하곤 하였다. 다방에도 식당에도 하물며 여관에도 서화 한 점 없는 곳이 없다고. 그래서 예향은 역시 다르다고들 하였다. 남도에 출장 오면 그림이나 서예 한 폭 씩 구해 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 화가 와 문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우리 고향사람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예술과 문화를 좋아하고 사랑한 덕분이 아니었을까.

며칠 전 광주광역시 확대간부회의 에서는 딱딱한 분위기를 일시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일이 생겼다. 다름 아닌 시낭송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경제부시장 까지 신설하며 문화 창달로 광주다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시장의 의지가 남달랐던지라, 이 날 시가 있는 회의는 참석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회의 말미에 시장은 기획재정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장태평 전 장관의 '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 시를 직접 낭송하였다.

"강물은 바람 따라 물결치지만 바람 때문에 갈 길을 바꾸지 않는다."

비록 짤막한 시였어도 시에 담긴 내용은 광주시의 당면현안들에 대한 해결의지를 시사하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광주시청 회의서 시낭송 '신선'



시를 읽고 난 시장은 시낭송희망자를 정하여 매달 시가 흐르는 회의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렇게 되면 달마다 시가 릴레이로 이어 지면서 운치가 있는 회의가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모두가 돌아가면서 시 한편씩을 낭송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지 않겠는가.

우리 광주전남연구원에서도 올 들어 매 월례회의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으며 그 달에 생일인 사람들을 챙기는 축하행사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시를 읽는 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가고 있다.

고두현 시인의 '시를 읽는 CEO' 라는 책은 오래 전부터 꾸준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꽤나 많이 팔려 나가고 있다. 고 시인은 말한다. "시를 즐겨 읽는 경영자일수록 기업성과가 높다." 고 말이다.

아울러 기업경영에 인문학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은 그의 저서,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 왔다.' 라는 저서에서 말한다. "평소에 인문학을 물처럼 사용하자."고.

인문학을 학문의 권좌에 올려놓기보다 물처럼 곳곳으로 흘러들어 오게 할 때, 그 가치에 쓸모가 생겨 더욱 빛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리더는 직장 곳곳에다 인문학을 심어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시를 읽는 노력이야말로 바로 인문학이 조직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우리 남도의 경영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시를 읽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시를 읽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결혼식 주례를 설 때 꼭 시 한 편씩을 낭송해 준다. 안 도현의 '준다는 것', 최수월의 '아름다운 동행', 아파치족 인디언의 결혼식 축시 가 주로 읽어 주는 애송시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신랑과 신부에게 미리 좋아하는 시를 주문받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하객들까지도 시가 있는 결혼식이 좋다고 한다.



생활 속 여유가 곧 풍요로운 삶



요즈음은 지하철을 기다리며 볼 수 있는 시들이 벽면에 붙어 있어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명한 시라기 보다는 시민들의 일상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시를 게재하고 있어 부담 없이 편히 읽을 수 있어 좋다.

며칠 전 어느 관공서에 갔더니 현관에 월중행사안내표 한 쪽 켠에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 라는 명시를 소개하고 있어 참 보기 좋았다.

시를 공부하고 시를 낭송하는 모임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제 공식회의든 비공식 모임이든 시 한편씩을 돌아가며 낭송하는 문화를 만들어 보자. 시를 읽는 리더들이 많아져 갈 때, 우리의 직장생활은 건조하지 않고 윤택해져 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를 좋아하여 짓게 되고 쉽게 시집 한 두 권씩 갖는 멋진 남도 인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