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결정이 다시 미뤄졌다. 지난 2011년 고시 이후 지금껏 가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등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찬반 양측의 갈등만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실에서 제124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흑산공항 건설과 관련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심의했다.

위원회는 자정 가까이 '마라톤 논의' 끝에 시간 관계상 정회를 선언하고 다음 달 5일 이전 속행하기로 했다.

이날 심의는 사업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며 심의 연기를 요청했고, 국립공원위원회는 연기 안건을 논의했지만 이마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추후 다시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 7월 20일에 이어 두 달 만에 열린 재심의에서도 가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심의 연기 여부 등을 포함해 심도 있게 토론을 진행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오늘은 일시 정지하고 10월5일 이전 환경부가 공원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날짜를 정하고 속행하겠다"며 "다음 회의는 새로운 회차가 아니고 제124차 위원회 회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등을 핵심쟁점으로 심의가 거듭 지연되면서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후유증이 예상된다.

당장 이날 회의에선 박우량 신안군수가 국립공원위원회 불공정성 등을 주장하며 위원장인 박 차관과의 대화를 요구해 회의가 1시간35분 가량 파행됐고, 민간위원 등의 요구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박 군수는 "민간위원들끼리 모여 '부결시키자'는 등의 얘기를 하고 한 사람도 전체 의견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는 명백한 담합"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흑산공항 활성화를 이야기했는데도 환경부가 미온적으로 나오는 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속한 착공을 촉구해 온 신안 주민과 전남도, 신안군 등 지자체는 일단 최악의 결과인 부결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김정선 전남도 건설교통국장은 "희망했던 것과 달리 당장 가결되지 못해 아쉽다"며 "회의가 속행되면 건설 필요성을 꾸준히 설득하고 근거를 제시해 환경단체 등과 대립한 쟁점을 정리해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추진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철새 서식지 등 국립공원 훼손을 우려, 사업계획 전면 철회를 촉구한 환경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임경숙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역민, 환경단체, 지자체 등 민-민-관 갈등만 증폭하고 있다"며 "더는 보완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심의가 지연된 것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의 의견보다는 정치적인 요소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1,833억원을 들여 흑산도 68만3,000㎡ 부지에 1.2㎞ 길이 활주로와 부대시설 등을 갖춰 50인승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소형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1월 정부 고시 이후 2015년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화 했고,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16년 11월 처음 국립공원위원회에 상정됐었다. 당시 국립공원위원회는 철새 등 조류 보호 대책 등을 요구하며 안건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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