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오후 5시, 목포문화회관에서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이하 수묵비엔날레) 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이 행사는 전라남도가 추진하는 남도문예르네상스 사업의 선도 사업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남도문예르네상스란 전남도가 보유한 음식문화, 종가문화, 서화, 전통정원, 판소리 등 12가지 유무형자산을 현대문화의 추세에 발맞춰 예향 남도의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사업입니다.

전남지역은 한국미술사에서 새시대를 여는 주요지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현대한국미술계에도 주요 작가가 많이 있지만 조선시대에도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진도의 소치허련 등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남지역에서 수묵화 관련 국제행사가 열리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수묵화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 신진 작가 발굴하려는 목적과 함께, 기존의 미술비엔날레들이 서양미술 위주로 흘러가는 추세와 차별화해서 수묵화의 대중화 세계화를 도모합니다. 나아가 동아시아적 정신문화를 국제적으로 홍보하며 또 다른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복안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전남국제비엔날레의 개막식에 앞서 8월30일에 진도에서 전야제가 열렸습니다. 진도는 서화(書畵)말고도 한국의 전통문화유산과 정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특구'라 합니다.

행사는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150여명의 국내외 작가들과 미술계인사들 그리고 행정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한편, 진도의 비엔날레4,5,6관에는 전통적 수묵화가 주로 전시되었는데 전시된 산수풍경화들을 보면서 이 짧은 준비 기간 중에 참 열심히들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수묵화 작가들에게도 작품을 발표 수 있는 기회와 여건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좋은 작품, 역작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포문화예술회관, 노적봉미술관 등 비엔날레 제1,2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전통적 방법에서부터 설치 영상미술등 첨단분야에 이르기까지 현대한국수묵화의 현황과 미래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였고 제3관인 여객선 터미날갤러리에서는 전남도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남도문예르네상스의 일환인 종가집 주제전이 열리고 있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개막식에 앞서 열렸던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중·일 그리고 호주의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는데 일본이 채색화 위주의 일본화에 과도하게 치중한 나머지 수묵화가 거의 절멸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탈아입구(脫亞入歐)라고해서 근대화 이후의 일본인들이 아시아적 가치관에서 탈피해 유럽적 사고와 문화를 지향한다는 생각이 미술에서도 구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거대한 중국대륙의 한 귀퉁이에 붙어 있어 늘 영향은 주고 받았지만 독자적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고 고조선시대 이래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한 미술문화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조선후기에 발생한 진경문화라고 하는 우리만의 자주적 문화를 지녔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지역 살리기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계속 성장하여 우리 미술문화의 우수성과 보편성을 세계에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