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면서 국적, 부모, 이름, 성별 등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짓는다. 그 중, 출생 순서도 마찬가지로 맏이인지 막내인지, 혹은 중간인지에 따라 한 집안의 형제일지라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은 집안의 첫째 딸이라는 위치에 주목한다. 첫째 딸은 책임감, 리더십, 세심함 등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저자 리세터 스하위테마커르, 비스 엔트호번 역시 첫째 딸로, 출생 순서가 같은 사람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맏딸들은 누구나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했던 시절을 거친다. 부모들은 첫째 딸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에 감동하며 온전한 애정을 쏟는다. 이러한 부모의 애정은 아이의 지능에도 영향을 주는데, 부모의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맏딸들은 학업 성과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특히, 동생들에 비해 맏이의 학업 열망은 7% 높게 나왔으며, 그중 맏딸의 열망 정도가 13%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친구나 연인을 결정짓는 데에도 공통점을 지닌다. 맏딸의 친구 역시 맏딸인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친형제보다 친구끼리 서로 닮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인으로는 위에 누나가 있는 막내아들과 비교적 맞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어린 시절 가족 관계가 성인이 된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익숙해진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와 사랑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전해진다.

맏딸들의 공통점은 성격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동생이 생긴 후, 동생을 보느라 바빠진 엄마를 대신해 맏이들은 아빠에게 맡겨지곤 한다. 위험한 행동을 못 하게 하는 엄마와 달리 아빠들은 다소 위험해 보이는 행동도 놔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맏딸들을 용감해지게 만들어 리더십을 발휘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책임감을 당연시한 나머지 집안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에 의문조차 갖지 않으며 지내다 지쳐버리기도 하고, 부모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첫째 딸들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을 제시하며 부담감을 덜어내 스스로가 느끼고 원하는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전에는 '장남'의 역할이 있었다면 요즘엔 '맏딸'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동생들을 돌보며 부모의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하는 맏딸들은 때로는 의무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그 역할을 잘 해내 온 이들에게 특별한 공감과 치유의 기회를 선사하며 믿음직한 장녀 모두에게 유쾌한 멘토가 돼줄 수 있는 책이다.

갈매나무. 264쪽. 1만4,000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