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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성폭행, 철저한 진상규명후 책임 물어야

<정준호 변호사>

2018년 11월 07일(수) 18:36
[전남매일=광주]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구성된 여성가족부, 국방부,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조사단이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행되었던 계엄군의 성폭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광주의 1980년 5월은 계엄군이 광주를 점령하려 했던 전쟁터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일본군들이 한국의 어린 여성들을 정신대로 끌고 갔던 만행과 다를 바 없는 만행이 광주에서도 계엄군, 그것도 자국의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국가기관의 공동조사의 결과라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성폭행 소문이 사실로 '충격'

그동안 이와 관련된 '설'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피해자들은 통한의 38년 세월을 고통 받아야 했다. 조사 결과 확인된 내용 중에는 당시 성폭행 이후 아이를 출산하게 된 경우도 있었고, 집단성폭행을 당하고 그 충격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정신병원을 전전하다가 끝내 분신자살로 유명을 달리 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고통과 희생에 대해 국가와 이 사회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할 것인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함께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단죄여야 한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저지른 이제까지 알려진 다양하고 엄청난 만행들이 거역할 수 없는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고 항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문제만큼은 이른바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혹자는 이미 1997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12.12와 5.18재판 결과가 있어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의 판결은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의 죄에 해당된 내용이었다. 항쟁기간 동안 광주일원에서 자행된 반인륜적인 개별 범죄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진상규명조사도 그에 관한 처벌도 시도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이름으로 철저하게 진실이 확인되어야 하고, 그 진실에 기초하여 가해자들은 예외 없이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국가폭력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이며, 동시에 관련 피해자들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사죄하고 그 명예를 온전하게 회복시키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이미 광주에서 공공연히 회자되었던 사실이지만 공식적이고 확실한 소위 '팩트'의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기관의 공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성폭행을 포함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일체의 진상을 조사해야 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위원 추천 지연으로 법률 시행 두 달이 가까워지도록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5.18진상조사 자체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과 이른바 강경보수세력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활동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여 준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을 되풀이 하는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자유한국당 자신들의 모습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침묵도 2차 피해준 꼴

다시 성폭행 문제의 심각성으로 돌아와 천번만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가해자들을 확인하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질 않을 가능성이 많다. 훨씬 더 다양하고 잔혹한 만행이 자행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가해자들에 대한 확인 이외에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것은 남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마땅히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반인륜적이고 전근대적 만행에 대해 국가권력의 최후 보루로서 '정의의 가치'를 바로잡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하며,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지금도 형연할 수 없는 비극적 삶을 숨소리마저 죽인 채 감내하면서 살고 있을 피해자들이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 최근 뉴스에 분노하면서도 그동안 공공연하게 회자되었던 만행에 처벌'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것에 광주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광주의 5.18성폭력 피해자'들의 2·3차 피해는 국가와 국민, 더 구체적으로는 바로 광주의 침묵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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