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어머니와 딸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알 수 없는 관계다. 즐겁게 웃다가도 갑자기 불같이 싸우는, 제일 많이 상처를 주다가도 가장 밀접해 있고 애증을 주고받다 결국 닮아있는 게 모녀다.

광주여성재단은 모녀의 관계를 해석한 미술전 ‘상상(相廂):Herstory of the space’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 총괄 기획을 맡은 이연숙 작가는 “서로(相) 행랑처럼 양쪽에 붙어있는 형상(廂)의 모녀 관계, 혹은 그처럼 내밀한 관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전시 제목은 서로(相)의 형상(廂)에서 한자를 떼어내 ‘상상(相廂)’이 됐다”고 덧붙였다.

모녀의 내밀한 애증을 미술로 포착한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맺고 있는 기본적 인간관계를 통칭한다. 가장 친밀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선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감정의 충돌에 주목한다.

전시 부제인 ‘허스토리 오브 더 스페이스(Herstory of the space)’는 개인이 겪은 사적 공간에 대한 기억을 다층적으로 표현한 공감각적 설치를 포함하고 있다. ‘살림집’이라는 개인 소유의 공간에서 관계를 맺는 모녀의 관계에 주목해 과거의 경험을 나열하며 친밀하면서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그 간극을 표현한다.

전시에는 이 작가를 포함한 유현주, 임지형, 박형진, 박재순, 석미숙, 이지우, 송재영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미학자, 시각예술가, 무용가, 사운드 아티스트, 문인, 디자이너로 모녀의 관계를 통해 여성의 삶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사운드, 영상 및 공간 설치 등의 협업작품 및 연계 퍼포먼스와 토크의 복합형태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장 입구에 머리카락을 상징하는 실커튼을 열고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전시는 시작된다. ‘엄마와 엄마의 엄마(Mother and Mother‘s mother)’ 시리즈를 통해 엄마의 반복되는 역할과 서로의 닮음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머리를 빗겨주던 기억을 통해 미용사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엄마의 인생과 머리를 만져주는 행위가 겹쳐지며 삶의 궤적을 드러낸다. 내밀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며 이야기의 진행을 바라보는 딸의 어린 시절 기억과 엄마의 인생사가 담긴다.

12월 초에는 전시와 연계된 자율토크 세미나도 개최 예정이다. 참여작가들과 평론가 등을 초청해 전시의 의미와 과정 등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간다.

한편, 이번 전시는 여성문화예술콘텐츠 자원을 발굴하고 작가 및 기획자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광주여성재단이 올해 처음 추진한 제1회 ‘Herstory’ 기획전시 공모전에 선정된 3개 팀 가운데 1개 팀이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재단 내 여성전시관에서 계속된다. /이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