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매일=광주 ]이보람 기자 = 올 한 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촉발됐다. 서 검사는 JTBC 뉴스룸에 출연, 지난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희롱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연예계와 문화계, 종교계, 정치계 등에서 성희롱 피해 여성들의 ‘나도 고발한다 미투’가 잇따랏고, ‘피해자를 지지하고 함께 하겠다 위드유’ 운동과 함께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한 검사의 용기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민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도지사 직에서 사퇴 후 정치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밖에 해외출장과 회식을 자제하는 등 직장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성희롱 사건과 피해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미투 운동’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미투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은 무엇이 성희롱인지를 인지해야 하며, 고발로 인한 2차 피해의 해악을 막는 사회적 여론 조성도 필요하다.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여성에 대해 ‘메갈(남성 혐오 연대를 칭하는 메갈리아의 줄임말)’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고 있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남성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여성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해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확산이 절실하다.

광주에서는 현재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제9회 광주여성영화제’가 진행 중이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영화제로, ‘이제 우리를 말한다’가 올해의 주제다. 상영 작품들은 실제 성희롱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그 심각성을 깨닫게 해 여성 인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영화는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성폭력과 싸워나가는 여성을 그린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누군가에는 별 일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 영화 한 편 보는 작은 관심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부디 여성의 몸 대신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이보람(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