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경사로 주·정차 시 고임목을 받치도록 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법안이 실질적인 효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사로 등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단속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차량 미끄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는 경사로에 차량을 세울 때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바퀴방향을 틀어놓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를 기준으로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경찰이 2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고임목 미설치 등으로 인한 범칙금 부과 건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날 본지 취재진이 실제 광주 북구 주택가 일대를 둘러 봤다. 하지만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고임목을 설치한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 1시께 북구 문흥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언덕이 가파른 이 곳은 인근 맨션 정문과 가깝다 보니 보행자들의 왕래도 잦은 곳이다. 승용차는 물론 봉고차량과 화물차 등이 줄지어 주차된 차량 10대 가량을 둘러봤지만, 고임목을 설치한 차량은 아예 없었다. 고임목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도로 안쪽으로 바퀴를 틀어놔야 하지만 이조차 지켜진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북구 용봉동 전남대 인근 대학가 생활도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원룸과 상가 등이 밀집된 이 곳에는 14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으나 받침목을 설치한 차량은 없었다. 이 중 1대의 차량만이 도로 안쪽방향으로 핸들을 돌린 채 주차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고임목을 설치해야 하는 경사지의 기준과 내리막에서 후진기어, 오르막에서 전진기어를 해 놓았다면 단속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 단속기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는 점도 논란이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해도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이를 위해 도교법은 핸들을 틀어놓도록 권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명확하지 않은 법안 기준에 혼선을 겪거나 법안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며, 반드시 고임목을 설치해야 하느냐는 반응이다.

주민 김 모씨(58)는 “요즘 차량은 주차 시 자동으로 기어를 잠가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내리막 경사기준도 모호해 어떠한 상황에서 고임목을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모씨(32)는 “고임목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고임목없이 주차를 해놓았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부과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장 모씨(45)는 “사이드만 채워놓으면 문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굳이 고임목을 왜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경찰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현장단속보다는 계도 위주로 법안을 홍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규정의 모호함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경사로 등은 주택가에 많이 밀집돼 있는데 단속인력은 한정돼 있어 안전벨트 단속을 벌이면서 고임목 설치의무화에 대한 홍보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