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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문화 선진국’으로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센터장

2019년 02월 19일(화) 10:06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센터장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한국 스포츠 이야기다. 레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고 했다. 1962년 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1조는 “국민체육을 진흥하여 국민의 체력을 증진하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여 명랑한 국민 생활을 영위하게 하며, 나아가 체육을 통하여 국위선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 스포츠는 국위선양을 강조한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 육성체계를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성)폭력이 정당화 되고 선수들의 인권은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또한 1980~90년대에는 군사정권의 정책 희생양으로 수많은 질곡의 역사를 겪으며 성장했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열정을 하나로 연결하고, 남북 단일팀을 통한 평화의 첫 물길을 열었다. 스포츠가 한반도 평화에 부싯돌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발전한데는 그 이전 시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국위선양과 국제대회 메달을 이유로 선수들의 인권탄압과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체육계의 (성)폭력 근절에 대한 여러 대책들이 있었다. 2007년 여자프로농구 박아무개 감독의 강간 미수 사건을 계기로 2008년 2월 대한체육회는 ‘성폭력 지도자 영구제명’을 명시한 스포츠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일체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 적용을 밝혔지만,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를 통해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폭력·성폭력 사건을 보면, 가해자가 영구제명을 받은 비율은 9.7%뿐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체육계의 문제들을 ‘연줄과 온정주의’에서 출발한다고 비판한다. 현재까지 스포츠인권센터는 신고를 받고 상담이나 교육을 할 뿐 조사 권한이 없어서 1차 조사를 대부분 가해자가 소속된 경기단체에서 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상황이다 보니, 조사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이제 ‘해법’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하다.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책만을 발표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모든 사건의 특별함은 그 사건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는 한국 스포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체계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실행 가능한 정책을 수립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무릇 정책이란, 상상이나 추측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와 장기적 안목으로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제대회에서는 ‘태극전사’로 불리며,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의 성적지상주의라는 집단 최면에 걸려 스포츠계의 적폐들을 방관했다. 그 사이 한국 스포츠 정책들은 입안부터 집행까지 일관성이 결여되어 왔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단기적 대응과 처방에 치우친 정책들을 되풀이 해왔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어떤 단체나 조직에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은 ‘구조 개혁’이다. 1월 24일 당정은 체육계 비리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구조개혁 방안들을 쏟아냈다. 예상은 좀처럼 빗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조는 개혁하지 않고 그 대상을 사람에만 국한시켜서 넘어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한국 스포츠의 (성)폭력 문제도 불합리한 관행들이 메달 지상주의나 성과주의에 매몰되면서 구조로 정착된 경우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 조직과 정책이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역사에 대한 과오다.

이번 기회에 한국 스포츠의 백년대계를 위한 방안들을 정부 및 관련 단체들이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한국 스포츠의 구조개혁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는 국가체육위원회나 체육청 등의 설립을 통한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기득권 세력의 방해를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실행’을 두려워하고 ‘구조개혁’을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바로 한국 스포츠계의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의 ‘압축 성장’은 철퇴를 맞았다. 이제 사회의 변화에 맞춰 고립된 섬에서 통합의 장으로 나와 스포츠의 선순환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 가는 길을 가자. 그 길이 ‘스포츠 강국’이 아닌 ‘스포츠 문화 선진국’으로 재도약 하는 길이자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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