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무안]정근산 기자=전남도가 추진중인 '호남의병 역사공원'을 따내기 위한 도내 지자체들의 경쟁에 일찌감치 불이 붙었다.

김영록 지사까지 나서 공모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역사공원 최적지임을 강조하는 지자체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불필요한 소모전 등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호남의병의 구국 충혼을 기리고 의병 역사를 정립하기 위한 '호남의병 역사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다.

김영록 지사의 특별지시로 시작된 이 사업은 1억원을 들여 4월 중순 기본계획 연구용역에 착수, 연내 용역을 마무리 한 뒤 내년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33만㎡ 부지에 건물 연면적 1만6,500㎡ 내외로, 소요예산 13억원은 2020년 국고 지원을 건의할 방침이다.

기념관·전시실·테마파크·상징조형물·학예실·교육관·놀이시설 등이 들어서며, 무겁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누구나 찾아와 체험하며 쉴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사업 대상지는 역사적 상징성·접근성·부지 확보와 개발 용이성·주변 관광지와 연계성 등 다양하고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용역으로 확정하고, 시군 공모를 거쳐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남도의 방침과 달리 의병 역사공원을 유치하려는 도내 지자체들의 경쟁은 이미 뜨거워졌다.

함평·해남·영암·강진군 등이 대표적이다.

영암군은 김치홍·유시연·조치덕·정관오·양방매 등 정부로부터 독립유공 훈장을 추서받은 영암 출신 인사가 다수인 점을 부각하고 있다. 또 전국 최대 규모의 농민독립항쟁 사건으로 알려진 '영보 형제봉 만세운동' 등 항일운동의 성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강진은 강진읍 남포마을의 '4·4 독립만세 운동' 등 일제강점기 전남에서 가장 먼저 만세운동을 펼쳤던 지역임을 내세우고 있다. 항일 민족시인이었던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가 있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김억추, 염걸 장군 등을 비롯해 수많은 의병들이 봉기했던 역사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김영록 지사의 '도민과 대화'를 통해 유치를 공식 건의한 함평군은 독립운동가 일강 김철 선생, 의병장 정운길·정충량·이극성·김수연·심수택·박영근 등이 활약한 의향임을 내세우고 있다.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김철 선생의 신광면 생가터에는 상해 임시정부를 재연한 '상해임시정부 독립운동 역사관'이 세워져 있다.

역시 도민과 대화를 통해 유치전에 뛰어든 해남군은 호남에서 유일하게 민족대표 33인으로 참여,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한 지강 양한묵 선생의 옥천면 생가 등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용역 이후 공모가 진행되면 도내 대다수 시군에서 유치를 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객관적 지표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하겠지만, 참여 시군이 많을수록 탈락 지자체의 반발 가능성도 커 그만큼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와 별개로 광주시도 호남의병 기념사업을 추진해 기념 공간·자료 분산, 중복 투자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4월 발주한 '호남의병 기념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상반기 중 마무리 할 예정이며, 이용섭 시장이 최근 밝힌 독립의병기념관 건립 계획도 용역 결과가 나온 뒤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