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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5·18폄훼 방치해선 안돼

정준호 변호사

2019년 04월 17일(수) 18:44
지만원의 북한군 투입설을 비롯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왜곡이 심상치 않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광주에서조차 집단적으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한 시비가 집단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기도 하지만 정작 우려되는 것은 전말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걱정이 적지 않다.

5·18민주화운동은 1997년 4월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해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세력들이 국헌 문란의 내란을 저질렀다는 점이 명백하게 확인됐고, 헌법수호의 최종권자인 국민으로서 신군부의 국가권력 찬탈에 맞섰던 광주시민의 저항은 '국민저항권'으로 인정받았다. 우리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 헌법은 분명하게 국민이 헌법과 국가권력의 종국적 책임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바, 그것이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항이다.



5·18 유공자 공개 요구 악의적



국회의원들조차 나서서 법률적으로, 제도적으로 이미 명백해진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마당이니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주의 한복판에서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앞세워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그 정신을 폄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광주는 대한민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오늘에 있게 한 상징의 도시다. 광주시민이 흘린 피는 나 같은 젊은이들이 정치와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내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 민주적 가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는지는 불과 몇 년 전 촛불혁명 과정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됐다.

그런데 광주의 한복판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단체 행동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된 이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자정에 대한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몇 천 명에 이르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 중에 지극히 소수에 불과한 일부 회원들의 일탈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전체적으로 부정할 수 있는 이유와 명분으로 악용될 수는 없어야 한다. 나아가 5·18민주화운동 관련 유공자들의 명단 공개 역시 그렇다. 이미 상무지구의 5·18기념공원 내에 위치한 5·18관련 시설물 안에 이미 5·18관련 피해자들의 이름이 분명하게 새겨져 있고, 이 명단이 곧 유공자 명단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이곳을 모를 리 없고, 여기의 그 명단이 공개적으로, 그것도 돌판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 명단은 돌판에 새겨져



한편 이들의 명단 공개요구는 국가보훈처에게 실정법을 위반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정보는 적법한 절차와 과정 없이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개인정보 유출로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이들이라고 보지 않았을 리 없다. 명분은 그것인데 이유는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행기에서 여전히 보수진영에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보수진영이 어떤 일들을 벌여 왔고, 이들이 5·18희생자들의 국가유공자 지정에 대해 어떻게 반대했는지를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터이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공로는 오직 자신들만의 것이어야 한다는 기득권의 집착에 다름 아니다. 되돌아보건대 5·18민주화운동의 법적, 제도적 명예회복은 단순히 5·18문제만의 해결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전쟁을 전후해 발생한 국가폭력과 그로 인한 무고한 희생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실을 바로잡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쳐 왔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만 부정하면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을 통째로 부정할 수 있다는 그들만의 믿음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고 5·18민주화운동을 정점으로 한 한국 사회의 민주발전 과정의 역사와 그 가치는 어떤 이유로도 훼손될 수 없고, 반드시 올곧게 계승, 발전되어야 할 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광주시민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각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광주정신이라는,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갖지 못한 도시 이름 뒤에 정신을 붙여 인류 보편의 역사와 가치를 담은 고유명사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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