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19.06.17(월) 19:15
닫기
무민 연작소설, 그 마지막 이야기

강렬한 존재감 선사…시리즈 최고 걸작

2019년 04월 23일(화) 15:44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저자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의 연작소설은 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전 걸작으로 꼽힌다.

최근 출간된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1970년에 발표한 마지막 무민 연작소설로, 저자의 어머니 싱느 하마스텐-얀손이 세상을 떠난 직후 그 빈자리를 견딜 수 없어 쓴 작품이다.

책의 배경은 무민 가족이 외딴 등대섬으로 떠난 뒤 텅 빈 11월의 무민 골짜기다. 11월은 잎은 모두 지고 만물은 생기를 잃어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으로, 변화와 소멸을 뜻하며 동시에 생명이 움트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기다. 제목 역시 시리즈의 마지막을 암시하며, 등장인물들의 변화와 성장을 의미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스너프킨, 밈블, 훔퍼 토프트, 필리용크, 헤물렌 그리고 그럼블 할아버지까지 흩어져 살던 이들이 불현듯 무민 골짜기로 모여든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잃거나 잊어 불안하고 불만투성이인 그들은 무민 가족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지만, 무민 골짜기는 텅 비어 있다.

배 한 척을 가지고 있지만 항해는 해 본 적이 없는 헤물렌은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삶이 의미 없게 느껴져 가장 먼저 무민의 집에 도착한다. 이어 방수포가 덮인 헤물렌의 배에서 혼자 사는 훔퍼 토프트가 무민의 집에 도착한다. 토프트는 무민 가족을 만난 적이 없지만 무민마마를 이상적인 엄마로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기억력이 감퇴해 자기 이름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럼블 할아버지는 지난 100년의 세월을 덮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무민 마을을 찾고, 결벽증을 지닌 필리용크도 무민 가족을 찾아온다. 청소에 집착하는 필리용크는 지붕 청소 중 떨어져 죽을 뻔한 뒤로 메스껍고 어지러운 속을 달래기 위해 친절한 무민 가족을 만나러 온 것이다. 밈블은 여동생 미이가 보고 싶어서, 스너프킨은 비 노래를 만들 노랫가락을 찾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무민 골짜기로 돌린다.

너무나도 다른 이들이 부대끼며 지내는 늦가을의 무민 골짜기는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무민 시리지를 집필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전작인 ‘무민파파와 바다’와 병렬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무민 가족이 작품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시리즈다. 빈집에 찾아온 등장인물의 심리적인 면이 중점적으로 묘사된다.

이들은 무민 가족과 무민 골짜기에서 결핍된 무언가를 충족하기 위해 온다. 하지만 자취를 감춘 무민 가족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결국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행복하고 자유분방하며 너그러운 무민 가족이 없는 집에서 여섯 인물은 번번이 부딪히며 불협화음을 만든다.

헤물렌은 스너프킨이 죽도록 싫어하는 표지판을 세우려 들어 화를 돋우고, 필리용크는 설거지와 집안일을 두고 헤물렌과 한바탕 싸우는가 하면, 무민마마처럼 모두 먹을 요리를 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토프트를 돌봐 주려고 한다. 그럼블 할아버지는 무민 골짜기를 흐르는 강을 ‘시내’라고 주장하며 낚시를 하고, 겨울잠을 자는 앤시스터를 만나려고 애쓰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럼블 할아버지가 앤시스터라고 착각한 이는 바로 옷장에 붙어 있는 거울로 바라본 자기 자신이었다. 필리용크는 무민마마 행세를 하고, 헤물렌은 무민파파를 따라 하고, 스너프킨은 무민이 남긴 편지를 찾고, 토프트는 만난 적 없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무민마마를 이상적인 엄마로 생각하고, 그럼블 할아버지는 소싯적 행복했던 시내를 무민 골짜기에서 찾으며 자기 안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중 훔퍼 토프트 무민 그림책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의 주인공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토프트는 ‘누가 토플을 달래 줄까요?’의 주인공 토플과 비슷하게 외롭고 쓸쓸한 아이로, 존재하지 않는 엄마를 찾는 토프트에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무민파파가 밝힌 한 줄기 빛만 보일뿐, 무민 연작소설 마지막 작품은 끝내 무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두 무민 가족을 그리워하고 끝없이 떠올려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작가정신. 232쪽. 1만1,000원.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회사소개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광고문의기사제보웹메일청소년보호정책
대표전화 : 062) 720-1000팩스 : 062) 720-1080~2인터넷신문등록번호:광주 아-00185
회장:박철홍 / 대표이사 발행인·편집인:김선남 / 편집국장:정정용
[61234] 광주광역시 북구 제봉로 322 (중흥동) 삼산빌딩 이메일 : jndn@chol.com개인정보취급방침
*본 사이트의 게제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