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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동의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 센터장

2019년 04월 24일(수) 17:39
"억울해요!" 지난주에 센터에 내방한 남자 중학생이 한 말이다. 이 학생은 몇 달 전 학원에서 정규수업에 합류하지 못한 여학생과 각자 문제를 풀고 오라는 학원 선생님의 지시를 받고 문제를 풀러 각자 방에 들어갔는데 잠시 후 "다 풀었으면 놀러 와"라는 여학생의 문자를 받고 여학생이 있던 방으로 건너가 볼펜으로 장난을 치고 놀던 중 여학생이 "나 배가 너무 나온 것 같아"라고 말하자 남학생이 "만져봐도 돼?"라고 물었고 여학생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더란다. 이어 남학생은 옷 위로 여학생의 배를 만진 후 "다른데 만져봐도 돼?"라고 물었고 여학생이 "그러면 우리가 친구가 되겠냐?"라고 하여 멈췄다는 것이다.



강간 판단 기준은 동의가 핵심



그런데 한 달여 쯤 후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현재 수강명령 20시간과 학교에서는 전학조치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말인즉 이 남학생은 "만져도 돼?"라고 물었을 때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이기에 동의로 알고 만졌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것이다.

동의는 사전적 의미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함'이다. 고로 동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구해야 하며 동의의 주체는 그 상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 동의 간음죄 도입이 발의중에 있다. 이것은 40%에 달하는 강간죄의 사각지대를 처벌하자며 나온 것이다.

현행 강간죄 규정에서 폭행·협박 요건을 삭제하고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것은 성폭력의 개념과 일치한다.

성폭력이란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말한다. 개념적으로는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현실에서는 구분하기가 참 어렵다. 이제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성관계와 성폭력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상대방이 '동의 했는가'이다 동의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과거에 여성의 No는 Yes라고 했다 여성은 늘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No라고 대답해도 내숭의 제스처라고 생각하기 쉽다. 1990년대에 반 성폭력 운동이 일어나면서 비로소 여성의 No는 No라는 사회적 합의가 일어났다. 그런데 상대가 No하지 않았다면 그건 암묵적 동의라고 했다.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하거나 위계의 위력을 수단으로 했다는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No라고 하지 않았더라도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엄격하게 적용했다. 이제 동의에 대한 사회적 재합의가 필요할 때이다. 여성이 No하지 않았더라도 그건 암묵적 동의가 아닌 비동의 이다. 상대의 Yes만이 Yes이다. 이것은 명시적 동의라고 한다.



법 개정으로 성폭력 개념 수정



비동의 간음죄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로,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계류된 8개 개정안도 '의사에 반하여' 또는 '명백한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동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해진다. 독일 등에서 적용하는 노 민즈 노(No means No) 룰은 상대방이 한 번이라도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강간으로 처벌한다. 예스 민즈 예스(Yes means Yes) 룰은 나아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 적용 중이고 스웨덴 여당은 법 개정에 앞장서 폭력이나 위협이 없더라도 명시적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성행위는 폭력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독일, 벨기에, 잉글랜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 많은 국가들이 명시적 동의 없는 성행위를 폭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에 마빈주커판사는 2016년 판결에서 성관계와 성폭력을 구분하는 기준은 단 하나라고 강조한다. '상대방이 동의했는가?' 이것 하나뿐이다. 어떤 상황, 어떤 환경에 놓였건 상대가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건 밤에 혼자 나다녔건 어떤 옷을 입었건 그것은 아무 상관없다. 평소 행실이 어땠는지 과거 남자관계가 어땠는지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요점은 성폭력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 상대의 의사를 물어보고 존중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상식적으로 법적으로 관계와 폭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이 개정돼 성폭력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 되고, 여성이건 남성이건, 나이가 적든 많든, 억울하다는 수많은 남자 중학생들이 진정한 의미의 동의를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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