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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름으로 아픈 역사 현장에 서다

광주여성재단, 10일부터 김은주 사진작가 ‘그날’전
국가 폭력사로 가족 잃은 여성들 상처 렌즈에 담아

2019년 05월 08일(수) 15:48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아레스 오월광장 어머니
광주오월어머니 이귀임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광주여성재단은 오는 10일부터 7월 12일까지 김은주 작가의 기획전시 ‘그날’전을 재단 내 8층 여성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광주의 5월과 제주 4월처럼 소용돌이치는 역사 속에서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을 담고 있다. 이제 그만 말하라는 무수한 핀잔 속에서도 아직 아픔을 떨치지 못한 어머니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그날의 그 자리를 찾아 찍은 사진들이다. 무색한 시간이 흘렀어도 차마 떠올리거나 현장을 찾을 용기를 못 냈던 어머니들이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는 순간, 봉인했던 아픔을 쏟아낸다.

김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어머니’라는 주제로 다큐 사진 작업에 천착해왔다.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김 작가의 간판 작품인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어머니들을 비롯해 197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치하에서 학살되거나 실종된 자식들을 위해 결성된 아르헨티나 오월광장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또 1948년 군경의 무력진압으로 제주 인구 10%의 목숨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 1950년 6·25 한국전쟁 때 벌어진 대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인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사건과 경기 고양시 금정굴 사건 등을 배경으로 한 사진작품이 내걸린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아들과 딸이 부상 당한 곳, 남편을 잃은 곳, 또는 자신이 총에 맞은 곳 등 사진 속 주인공들을 과거 실제 희생 현장에 데려다 놓았다는 것이다. 희생과 관련된 장소에서 어머니들이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는 과정이야말로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의식이라는 것이 김 작가의 생각이다.

그로 인해 사진에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넘쳐났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들은 사진 한 컷 촬영 후 휴식을 취해가며 작업에 임했고, 허리가 굽은 한 어머니는 지팡이에 의지해 가까스로 허리를 편 채 촬영하기도 했다. 5·18 이후 처음 현장을 찾은 한 어머니는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만 흘리기도 했다.

또,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아레스의 대통령궁 앞 오월광장에서 만난 백발 푸른 눈의 할머니들은 국적만 다른 우리네 어머니들이었다. 군부 쿠테타 집단학살로 자식을 잃은 이들의 오열은 광주의 오월어머니들과 다를 바 없었다.

너무 아파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던 어머니들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응시해 개인의 고통과 아픔이 역사와 대치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동시에 역사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어 여전히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사진 기록으로, 전쟁과 항쟁으로 인해 발생한 여성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의 사진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나누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작가는 “역사 속에서 어머니들은 늘 뒷전이었지만, 사실 그 모든 역사를 품고 있는 가장 위대한 존재다”며 “비록 장소와 역사적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보호받아야 할 국가로부터 폭력과 희생을 당했다는 아픔을 지닌 그들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주고 싶었다”고 작품활동 배경을 밝혔다.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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