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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진 광주시 교통건설국장

송상진 광주시 교통건설국장

2019년 05월 21일(화) 19:21
송상진 광주시 교통건설국장
경전선, 과거의 한(恨)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송상진 광주시 교통건설국장



기차는 산업혁명을 이끈 현대문명의 상징이다. 칙칙폭폭 증기를 내뿜으며 힘차게 달리는 기관차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철도는 일제 침략과 수탈 방편으로 이용됐다. 따지고 보면 철도 역사는 이처럼 처음부터 비정상적으로 출발했다. 1899년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되고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1914년 호남선과 경원선 등이 부설됐다.

경전선은 1905년 5월 26일 마산~삼람진 구간이 첫 개통된 후 1930년에 광주~여수, 1968년 광양~진주가 연결되면서 전 구간이 개통됐다. 경상도의 ‘경’과 전라도의 ‘전’을 따서 ‘경전선’이라고 명명됐다.

놀라운 점은 경전선 일부 구간이 아직도 일제강점기 수준 그대로 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수십년 전에 개설되고 KTX, SRT 등이 개통돼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의 교통혁명이 진행 중인데도 경전선은 단선, 그것도 전철이 아닌 비전철로 디젤 열차만 운행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일본의 열차(JR-Maglev)의 최고속도는 시속 600㎞,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열차 KTX-산천이 최고 300㎞ 이상으로 달릴 때 경전선 무궁화호는 승용차보다도 느린 시속 50㎞로 달리고 있다.

광주송정역을 시작으로 5시간 45분간, 40여개 역에 정차하면서 부산의 부전까지 하루 한편이 매우 느리게 운행되고 있다. 그래도 부산에서 순천까지는 복선 전철화로 개량이 완료됐지만, 광주송정에서 순천구간만 1930년 개통 이후 90년이 되도록 일제강점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느림보 철도로 남아 100여㎞구간을 2시간 20분에 운행하고 있다.

광주~순천 구간을 전철화, 직선화된다면 부산까지 경전선 전체 300여㎞ 구간을 2시간대에 운행할 수 있게 된다. 광주에서 순천까지도 현재 2시간 20분에서 4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광주권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화물 운행은 중단된 지 오래이고, 추가적인 여객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선로가 낡아 동절기 오르막 구간에서 바퀴가 헛도는 차륜공전(車輪空轉)이 발생해안전상의 문제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과 호남을 한 번에 이어주는 유일한 철도망이자, 남해안을 연결하는 경전선 전철화사업 실현을 위해 오래전부터 정부를 상대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2011년 4월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고, 2014년 2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으나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아쉽게 예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월 경전선(광주송정~순천) 전철화사업이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경전선이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을 얻은 셈이다.

최근 예타제도 개편이 이뤄졌다. 경제성 중심의 평가에서 지역 특성을 보다 합리적으로 고려하고 삶의 질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들이 반영될 수 있게 됐다. 특히 평가방법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이원화하면서 낙후지역을 배려하는 취지가 담겨있다.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을 강화하고 경제성 평가 비중을 축소했다. 이러한 예타 제도 개편으로 경전선 전철화 사업의 예타 통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더 이상 경제성을 이유로 미루지 말고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수요로 인해 공급을 창출한다는 일반 논리에서 벗어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역발상을 가져볼 만하다.

광주송정~순천 구간 퍼즐을 맞춰 경전선 전 구간의 효율화는 물론 영호남 연계 교통지형을 크게 바꾸고 1,200만명이 거주하는 남해안의 개발 촉진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남해안권에는 지중해 지역에 버금가는 해상관광자원이 분포되어 있다. 조선·자동차·섬유화학·철강·기계·항공·물류 등 세계적 규모의 산업클러스터가 분포하고 있다.

경전선은 이런 분산 배치된 관광자원과 산업을 통합된 경제구조로 전환하고 상호 교류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토 공간을 엮어내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민들에게 균형적인 사회적 가치를 구현함으로서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2018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이 아니면 주민들이 원하는 도시적 생활서비스와 안정된 복지가 충족되지 못하여 지역의 사회적 결속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시대에 균형발전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신균형발전론의 가치를 분권, 혁신, 포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광주를 비롯한 경전선이 지나는 모든 지역이 고속화된 철도서비스의 수혜를 받고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할 때 지역상생에 기반한 미래의 국가경쟁력도 확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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