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제3지대 창당을 둘러싸고 당의 진로와 정체성 등 세력대결 양상에 돌입한 가운데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 정신을 둘러싼 ‘적통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내달 18일 DJ 10주기 추모행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DJ 10주기인 내달 18일까지 20일 가량 DJ정신 계승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생명을 건 ‘건곤일척’의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29일 민주평화당에 따르면 유성엽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가 신당 창당을 위해 만든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는 내달 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목포와 DJ 생가가 있는 하의도를 찾아 추도행사를 연다.

이날 행사에서 비당권파들은 DJ의 생애와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호남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자신들임을 각인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J 정신계승 적임자가 자신들임을 부각시키는 등 당권파를 겨냥한 ‘맞불성격’이 짙다.

이날 행사에는 대안정치가 주류 세력임을 천명하기 위해 이름을 올린 의원 대부분이 참석, 기싸움에서도 앞서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대안정치는 이날 권노갑·정대철·이훈평 고문 등 동교동계가 주축인 당 고문단과 여의도에서 오찬회동을 하고 당 진로와 제3지대 구축방안 등도 논의했다.

현실정치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당내 일정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DJ 가신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적통경쟁에서 ‘우군’ 확보에 나선 것이다.

또 대안정치는 이날 국회에서 제3지대 창당과 관련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정치 재구성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했다.

앞서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지난 24∼25일 목포·하의도를 방문해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돌아보고 ‘DJ정신’ 계승으로 총선승리를 이끌겠다는 ‘하의도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애초 이 행사에는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가리지 않고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비당권파 일부 의원의 징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비당권파가 단체로 이를 ‘보이콧’하고 바로 일주일 뒤 똑같은 일정과 내용의 ‘맞불성’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특히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서로 DJ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메시지 경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권파는 지난 25일 ‘하의도 선언’에서 “평화당은 작고 어렵지만 김 전 대통령 정신을 자랑스럽게 이어받고 있다. 평화당을 더 큰 평화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비당권파 역시 이번 행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중도실용 정신을 계승해 제3지대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한다. 다만 별도의 선언문 발표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평화당은 탄생 이후 지금까지 DJ 정신은 양보할수 없는 가치다”면서 “DJ 적통경쟁은 향후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정치행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서울=강병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