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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무대 아래서 최선 다하고 싶어요”

■발레리나에서 NGO 여성리더로… 문훈숙 세계평화여성연합회장

2019년 08월 25일(일) 17:09
지난 23일 여수 디오션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사)세계평화여성연합 주최 호남권 출범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은퇴 후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 하고싶어 예술 통한 나눔 실천
올해 창단 35년 유니버설발레단 10월 ‘심청’·‘춘향’ 잇따라 공연


‘해설이 있는 발레’로 발레 대중화…광주 무대서 관객 만나고파
세계평화 위한 여성 연대 필요…글로벌여성평화네트워크 제안



지난 23일 여수 디오션 그랜드볼룸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사)세계평화여성연합이 주최하는 호남권 출범대회(GWPN, Global Women‘s Peace Network)가 열려 여성 지도자들이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고 평화 세계를 실현하는데 앞장설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

이날 문훈숙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회장을 비롯해 김명옥 호남권 회장 등 호남권 참가 여성 지도자 300여명은 ’여성과 평화‘를 주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여성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글로벌여성평화네트워크(GWPN) 선언문을 채택, 평화를 위한 연대활동을 다짐했다.

문훈숙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오늘날 여성역량 강화는 평화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가치”라고 역설하고 “세계평화여성연합은 그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참가정 운동, 여성 지위향상 운동 등을 펼쳐오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우리 여성이 평화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세계가 인정한 발레리나로 주목받았으며, 현재는 유니버설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경영에 전념하고 있는 문훈숙 회장의 발레 인생과 세계평화여성연합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 위에서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이제는 무대 아래에서 뜻깊은 시간을 갖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3월 여성연합회장 일을 맡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NGO활동으로는 초보운전이나 다름 없습니다. 부담스럽고 감사하지만 조직발전을 위해 소통하고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수하고 겸손하게 첫 인사를 건넨 문 회장은 여전히 발레리나의 우아함이 그대로 몸에 배어 있었다.

문 회장은 “이제는 여성이 집안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나 세계 평화에 남성과 나란히 서서 일해야 한다.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 여성단체와 여성지도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공감 속 GWPN을 제안하게 됐다”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지난 3월에 세계평화여성연합 한국회장 겸 세계회장직을 맡게 된 그녀는 6개월간 국내 및 세계 사업들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발레인생만을 살던 그녀가 여성운동과 자원봉사, 사회활동에 관심을 갖게된 동기는 무엇일까.

“은퇴하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어요. 어릴 때 이름이 테레사였죠. 마더 테레사를 좋아했고 오드리 햅번이 롤 모델이었습니다. 사회복지단체 애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문화예술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고 활동하고 있는데, 물질적 도움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해서 어려운 아이들이나 장애우를 도울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었죠.”

자원봉사단체 애원의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 2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제26회 꿈씨음악회’에 대해 들려줬다.

“장애인 가족과 다문화가정, 각계각층의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청소년 등 관객 600여명이 참석했죠. 꿈씨음악회는 많은 꿈씨들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훗날 전문연주자라는 멋진 열매를 맺도록 응원하는 무대입니다.”

문훈숙 세계평화여성연합회장


대화는 자연스럽게 발레 이야기로 옮겨갔다. 문 회장은 올해로 35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문화재단의 이사장이자 유니버설발레단(UBC) 단장이다. 선화예고, 영국 로열발레학교, 모나코 왕립학교를 거쳐 미국 워싱턴 발레단에서 활동 후 1984년 UBC창단과 함께 프리마 발레리나로 활동했던 그녀는 1989년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동양인 최초 ‘지젤’ 객원 주역을 맡아 러시아 마린스키 공연장에서 7차례 커튼콜이라는 역사를 남기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95년부터 UBC 단장에 취임했고 현재는 유니버설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발레단과 아트센터를 경영하고 있다.

UBC는 서양문화를 한국에 가져와 발레를 정착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35년간 해 왔다. UBC의 독창성은 무엇보다도 한국 고전을 바탕으로 한 ‘심청’, ‘춘향’ 등의 창작발레에서 확인된다. 한복이나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추는 군무 등 화려한 볼거리가 압권으로 발레의 본고장에서 ‘발레 한류’를 이끈 이 작품들은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월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연이어 무대에 올라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만든 발레죠. 창작발레 ‘심청’은 이제 창작발레가 아닌 고전이 됐다고 하더군요.(웃음) 이미 많은 해외공연으로 인정받았고, UBC가 성장하며 같이 진화한 작품이죠. ‘춘향’은 고양문화재단과 같이 시작해 여러번 탈바꿈했고 역시 계속 진화중인 공연입니다.”

작품의 성공은 80%가 음악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지난번 무대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편곡해 올렸는데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발프로드 기획사 초청으로 팔레 데 콩그레드 파리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 UBC는 3,000석 공연장 4회 공연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객 반응을 얻었다.

“발레 본고장인 파리에서 고전의 현대에 맞는 변형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노력으로 이룬 값진 성과라 뿌듯했어요.”

그녀는 ‘해설이 있는 발레’ 강연을 시작한 데 대해선 “사람들이 발레를 너무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2008년 발레공연에 자막과 공연 전 해설을 곁들인 발레강연을 시작했다”며 “발레공연에 자막을 붙이는 건 해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3년간 고심 끝에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고, 반응은 성공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무용수는 무대만 눈에 들어오죠. 연습만이 자신의 전부니까요. 은퇴하고부터 관객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항상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고 순환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은퇴할 때 무용수는 많이 힘들어요. 무용만이 자신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앞으로 무얼 해야 할 지 두려움이 엄습하죠. 대외적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2년 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해설이 있는 발레’ 강연을 맡아 진행했던 기억도 들려줬다.

“발레하는 분들 중 광주 출신이 많습니다. 감각과 예술성이 뛰어난 것 같아요. 광주는 역시 문화의 도시라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광주를 안가봤는데 꼭 한 번 광주 무대에서 광주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녀는 ‘아름다운 힐링’이 발레의 매력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UBC의 비전이 ‘천상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입니다. 예술이 없는 세상은 사막과 같을 겁니다. 발레가 삶의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호두까기 인형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어떨 땐 무대보다 객석을 봅니다. 가족과 함께 관람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때 너무나 행복하죠.”

끝으로 그녀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며, 감성이 풍부한 여성과 맞는 게 문화”라고 덧붙였다.

“문화의 시대, 여성의 시대에 더 많은 여성 정치인, 활동가들이 나왔으면 해요. 세계평화여성연합도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여성들과 연대해 여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이연수 기자         이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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