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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익명의 어둠속에 숨은 그 ‘비열함’

이두헌 본사 주필

2019년 10월 21일(월) 10:36
=악플, 익명의 어둠속에 숨은 그 ‘비열함’

또 한명의 젊은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 갓 스물다섯살의 설리(본명 최진리)다. 그녀의 극단적 선택이 개인적 불행을 넘어 사회적 공분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녀가 ‘악플’의 희생자 라는데 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오랫동안 악플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지난 2014년엔 악성댓글과 루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활동을 잠정 중단 하기도 했으며,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활동을 재개해 모 방송국 ‘악플의 밤’ MC를 맡는 등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으나 결국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삶을 접었다.

오늘날 악플(악성댓글)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한지 오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자신의 견해와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비수를 날린다. 그 언어적인 공격의 잔인함과 무자비함은 실제의 ‘칼과 창’을 능가 한다. 비아냥과 비꼼, 폄훼를 넘어 예리하고 잔인한 언어적 비수로 난도질을 해댄다. 이에대해 맞서면 ‘관종’이라며 집단 몰매를 가한다. 이번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설리는 데뷔이후 계속해서 외모와 행실을 평가하는 악성 댓글의 대상이 돼 왔다. 그룹 활동 시절에는 키가 크고 젖살이 있다며 ‘자이언트 베이비’라는 별칭으로 놀림을 받았으며, 일상을 담은 사진을 개인 사회관계망(SNS)에 올리면 ‘문란해 보인다’거나 ‘눈이 풀려서 마약을 한 것 같다’ 등의 댓글에 시달렸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을 만난다는 이유로 성희롱성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으며, 최근엔 ‘노브라’에 대한 소신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 연예인에 앞서 한 사람의 생각과 소신을 철저히 짓밟고 공격해대는 ‘벌떼’ 앞에 결국 무릎을 끓은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악플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어떠한 제재도 없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된다는데 있다. 특정 사안에 악플이 달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퍼 다른곳에 옮기고, 여기에 또다른 악플이 첨가 되는 형식이 그것 이다. 심지어 경쟁 하듯 보다 독(?)한 댓글 퍼레이드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악플이 반복되는 이유는 ‘익명성’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내보이지 않고도 어둠속에 숨어 얼마든지 뱉고 싶은 말을 뱉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흉기를 휘둘러도 제지 할 수없다는

자신감(?)이 악플러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악플을 막을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악플로 인한 폐해를 뿌리 뽑기 위해 처벌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설리와 같은 극단적인 사망을 막아달라. 악플러들이 더 이상 악플을 쓸 수 없게 법을 강화해달라.” 는 요구가 그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에는 악플처벌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명예훼손은 사실·거짓 적시에 따라 3~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그러나 초범의 경우 보통 약식기소로 100만원 안팎의 벌금이 선고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처벌 수준을 실형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인터넷 실명제가 2012년 위헌 결정이 나 재도입이 어렵고, 처벌 강화도 같은 취지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역효과가 생길 우려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대부분 벌금형인 현행 처벌 수준을 크게 높여 악성 댓글 관행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섣부르게 처벌 수위만 높였다가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등 역효과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사이버상에서 무고한 타인을 공격하고 인격적 살인을 서슴지 않는 악플행위를 더 이상 방치 해서는 안된다. 이번 설리 사망을 계기로 왜곡된 악플문화를 척결하는 근본대책을 반드시 마련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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