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민간체육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출마자 대부분이 단체장과 가까운 기존 체육회 상임부회장이거나 ‘단체장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어 ‘정치와 체육 분리’라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출마를 위해 사임한 일선 체육회 상임부회장들의 경우 현 민선 7기 단체장들이 임명했다는 점에서 ‘독립기구’로서의 기능은 물론 체육회와 지역체육 발전을 위한 소신 있는 역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정후보에 대한 시장·지사 낙점설을 퍼트리며 지지를 호소하는 일부 체육인들의 행태도 구설수다.

20일 광주·전남 체육계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내년 1월 15일까지(기존 민선체육회장 지역은 2월까지) 광주시와 5개구, 전남도와 22개 시·군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광주시는 김창준 전 시체육회 고문단장과 양진석 전 시체육회 부회장, 전갑수 전 시배구협회장 등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김영구 ㈜세진종합건설 대표이사, 하상호 빅스포 회장도 출마 의향을 비치고 있다. 광주시체육회의 경우 ‘선거가 아닌, 시장과 시정철학을 같이 할 수 있는 1인 후보자’를 추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선거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시장 입맛에 맞는 사람을 내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5개구는 현재로선 단일체제다. 동구는 구제길 전 동구체육회 이사, 서구는 박재현 전 서구체육회 상임부회장, 북구는 양대동 전 북구체육회 상임부회장, 광산구는 최갑렬 전 광산구체육회장, 그리고 남구는 박재홍 영무건설 회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남도는 박철수 전 도체육회 상임부회장과 허정인 전 도체육회 부회장의 입후보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재무 전 도의회 의장과 서정복 전 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전남 시·군체육회는 상임부회장들이 대부분 사임했다.

여수시는 최근 시체육회 회의실에서 36개 정회원 종목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표를 통해 명경식씨를 여수시체육회장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권오봉 여수시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명씨가 과연 소신있게 체육행정을 펼칠 수 있을지 오히려 우려스러운 시각을 보이고 있다.

순천시체육회장 선거 상황도 마찬가지다. 허석 시장이 취임한 이후 최귀남 전 순천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을 임명해 체육회장 선거가 자의반 타의반 시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체육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경쟁자로는 이상대 순천대 경영행정대학원 총동문회장이 뛰고 있다.

광양시체육회장 선거는 김재중 전 상임부회장이 유력하다. 정현복 광양시장 체제 출범 이후 임명돼 체육회를 맡아 왔다. 출마를 위해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고흥군의 경우 도생활체육회 부회장과 고흥군의원을 역임한 안정민 전 고흥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제6대 고흥군의회 후반기 의장을 했던 배기홍 전 고흥군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보성군 역시 최광주 전 보성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자리를 사퇴하면서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곡성군은 김용규 전 곡성군체육회 상임부회장과 함께 최근 출마를 결심한 최용환 전 곡성군의원 2파전 양상이다.

구례군은 임재신 전 구례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을 포함해 양영승 전 구례군체육회 운영이사, 문정현 전 구례읍 체육회장, 김일수 전 카누협회장, 김수철 전 구례군체육회 사무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목포시는 이광재 전 상임부회장과 함께 송진호 전 전남육상연맹회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합의추대 물밑작업이 진행 중이다.

나주시는 김판근 전 나주시의회 의장, 이기준 전 시체육회 부회장, 박용희 전 시축구협회장 이름이 거론된다.

해남군은 조성실 전 상임부회장이 출마의사를 밝혔고, 김안석 전 해남축구협회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암군은 강대선 전 상임부회장과 이봉영 전 축구협회장, 박흥식 전 배드민턴협회장이 후보군이다.

신안군은 김재원 전 상임부회장이 거명되며 완도군은 유병욱 전 골프협회장과 최경철 전 테니스협회장 2파전 양상이다.

진도군은 안창주 전 상임부회장과 박세권씨, 강진군은 강희철 전 체육회 이사, 박건량 전 체육회 부회장, 이태환 전 체육회 이사가 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주변 지인들의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순군은 김상인 전 상임부회장, 영광군은 조광섭 전 상임부회장, 담양군은 정영창 전 상임부회장, 함평은 박종이 전 상임부회장이 출마 의사를 갖고 있다.

장흥군은 윤영환 전 회장이 사임했다. 윤 전 회장은 지난해 선거를 통해 선출된 바 있다.

장성군은 김성웅 전 상임부회장, 전계택 전 상임부회장, 고상훈 전 이사 등 3명이 거론된다.

무안군도 김용봉 전 상임부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박인배씨가 도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체육계 한 관계자는 “시장·도지사 등 각 단체장은 첫 민간인 체육회장이 체육회 안착에 이바지하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단체장 측근 심기가 아닌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겸비한 인물들이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치단체장과 가까우면 예산 확보 등에 다소 도움이 되는 면이 있겠지만 체육인들과 체육발전을 위한 소신행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진화·동부취재본부=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