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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킬로의 마음

2020전남매일 신춘문예 골드문학상- 동화 당선작 정하연

2020년 01월 01일(수) 00:00
삽화 = 이형우 △홍익대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졸 △개인전 19회 △단체전 110여회 △www.artsluke.com
“이딴 걸 머리라고. 실력이 없으면 미장원 접던가. 동네 장사라고 이렇게 대충 해도 돼요?”

엄마는 삐죽빼죽 날선 말을 잘도 뱉었다. 나한테는 예쁜 말만 하라고 하면서. 문득 어젯밤 엄마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동네 미장원이 어떻게 제대로 된 C컬 펌을 하겠어. 맘에 안 든다고 후려치면 싸게 머리하겠다.’

우리 엄마지만 얼굴 참 두껍다. 주인 할머니도 질세라 소리쳤다.

“말하는 꼴 봐라. 야, 누가 여기서 머리하래? 내가 동네 사람들 파마나 말아봤지 씨컬인가 씨불인가 언제 해봤겠냐고!”

가게 밖까지 들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역시 사람들이 꼬장원 꼬장원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주인 할머니가 그렇게 꼬장꼬장하다더니.

예전 동네 아줌마들은 엄마에게 생활력이 강하다고 했다. 칭찬이 아니었다. 진상을 돌려 까는 말이라는 건 열 한 살인 나도 알았다. 이 동네에도 슬슬 엄마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할머니는 삿대질까지 하며 버럭 성을 냈다.

“처음부터 큰 데 가서 하던가. 왜 여기서 난리야? 상대도 봐가면서 수작을 부려야지!”

어쩌면 할머니는 처음부터 엄마의 작전을 눈치챘는지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볼이 화르르 달아올랐다. 나는 소파를 박차고 일어났다.

“엄마, 적당히 좀 해! 부끄러워 진짜.”

뒤돌아보지 않고 미장원을 빠져나왔다. 문에 부딪히는 풍경 소리가 날카로웠다. 유리컵이 깨지는 것 같았다. 허둥지둥 쫓아온 엄마가 은근슬쩍 팔짱을 꼈다.

“딸, 미안.”

하나 마나 한 사과였다. 이럴 때마다 내 마음이 어떤지 엄마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화났어? 근데 네가 거기서 그러면 엄마가 뭐가 돼.”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머리는 꼭 벼락 맞은 푸들 같아서는. 우리 반에 엄마가 저런 머리를 한 아이는 나뿐 일 거다. 오르막길 따개비 집에 사는 게 나뿐인 것처럼.

다른 애들은 다 길 건너 아파트에 산다. 옷도 신발도 다 메이커다. 학교가 끝나면 엄마들이 교문에서 기다렸다가 꼭 안아준다. 걔들은 엄마도 무슨 연예인 같다. 그 사이에 서 있는 우리 엄마의 모습은 상상도 안 됐다.

‘그 시간에 엄마가 학교에 올 수도 없지만.’

혹시 온대도 엄마는 그 사이에 끼기 싫을 거다. 나도 애들이랑 같이 있는 게 싫으니까. 그래서 전학 첫날,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자는 것도 못 들은 척했다.

나는 대신 동네 구경을 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반기는 건 아니었다. 한림 슈퍼 아저씨가 그랬다. 슈퍼를 구경하던 첫날, 아저씨가 물었다.

“뭐 살 거니? 아이스크림?”

고개를 저었다. 구경만 할 거였다. 그건 공짜니까. 아저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때가 묻은 옷소매를 애써 감춰야만 했다. 공짜를 좋아하는 엄마가 더 미워지는 날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슈퍼 앞을 지나갈 때였다.

“장난해? 이런 바가지가 어디 있어. 어떻게 이거 몇 개가 만 원이야?”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발을 붙잡았다. 미장원 할머니였다. 슈퍼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뭐 땅 파서 장사해요? 자꾸 이러면 안 돼요, 할머니!”

“안되긴 뭐가 안 돼? 밑지는 장사 어디 있어? 저리 안 비켜?”

할머니는 아저씨를 밀쳐내고 사과를 봉투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구겨진 만 원 한 장을 아저씨 손에 억지로 쥐여 주었다.

“이 정도면 많이 쳐 준거야. 여기저기 벌레 먹고 못생겼네, 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네 아줌마들이 혀를 쯧쯧 찼다.

“지독한 노인네. 돈 아껴서 어디다 쓰는지 몰라.”

“진상도 저런 진상이 없어. 저러니 40년 넘도록 동네에 친구 하나 없지.”

익숙한 별명에 절로 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도 늙으면 저렇게 되는 걸까? 아냐, 설마.’

하지만 요즘 따라 엄마가 못나진 건 사실이었다. 돈 돈 노래를 할수록 엄마 얼굴은 더 심술궂게 변했다. 나는 그게 정말 싫은데.

왠지 할머니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몰래 할머니의 뒤를 따라갔다. 할머니는 오르막길 꼭대기의 미장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건너편 벤치에 앉아 가게를 살폈다.

바깥벽은 듬성듬성 페인트칠이 벗겨졌고, 유리창에 붙은 스티커도 누렇게 빛이 바랬다. 붉게 녹슨 간판에는 ‘세리 미장원’이라는 낡은 글자가 걸려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고치치 않은 게 분명했다.

‘세리는 무슨. 꼬질원이다, 꼬질원.’

미장원의 허름한 모습은 엄마의 재킷과 꼭 닮았다. 소매가 번들번들한 보풀 덩어리 재킷 말이다. 짜 맞춘 듯 비슷한 짠순이 기질에 머리가 아팠다.

날은 금세 어두워졌다. 마지막 손님을 보낸 할머니는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열었다. 스치듯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괄괄한 목소리가 톡 쏘아붙였다.

“낮부터 거기 앉아 뭐 하는 거야? 정신 사납게. 머리는 귀신 산발을 해가지고.”

할머니는 트집 잡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보았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고 년 딸이네. 이 시간까지 애 혼자 밖에 있다니. 정신이 있어, 없어?”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가게로 들어갔다. 울컥 서러운 덩어리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랐다. 누군 이러고 있고 싶은 줄 아나?

돌멩이를 주워들고 문을 벌컥 열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리고 있는 힘껏 내던졌다.

“워매!”

할머니는 깜짝 놀란 듯 뒤돌아 소리쳤다.

“이게! 벽에 맞아 망정이지 머리에라도 맞았어 봐. 노인네 죽일 일 있냐!”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목구멍이 얼어붙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가 성큼 다가와 꿀밤 먹이는 시늉을 했다.

“배포도 없는 게 돌은 왜 던져?”

가자미 같은 눈이 심란하다는 듯 내 머리를 훑었다.

“사자 갈기도 이것보다 낫겠다. 이리 앉아봐라.”

거친 손이 빈 의자를 탁탁 쳤다. 내 눈에는 그게 꼭 단두대 같았다.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댕강 잘라버리려는 걸까? 아이, 그냥 도망갈까?’

“뭐 하고 서 있어! 빨리 안 앉아? 확 그냥 경찰 아저씨 부른다.”

매서운 호통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정말 어색했다. 단발이었던 머리가 허리춤에 올 때까지 한 번도 다듬은 적 없었기 때문이다.

거울에 비친 할머니의 손은 무척 지저분했다. 군데군데 살도 트고, 하얗게 각질도 일어났다.

‘으, 더러워. 저게 머리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할머니는 도끼 빗으로 정수리부터 천천히 아래로 빗었다. 빗은 얼마 못가 엉킨 머리카락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 할머니, 살살요! 아파요!”

“시끄러 이년아.”

툭툭 내뱉는 말과 달리 손길은 한결 조심스러워졌다. 한참 동안 도끼 빗과 씨름하던 할머니가 머리카락에 분무기를 칙칙 뿌렸다. 이번에는 꼬리 빗으로 정수리부터 머리끝까지 빗었다. 엉키는 곳이 없는데도 손길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딸내미가 이러고 다니는데. 네 엄마는 이 머리를 보고도 가만있냐?”

“할머니가 뭘 알아요. 우리 엄마 바빠서 그렇거든요?”

할머니는 맘에 안 든다는 듯 입술을 씰룩거렸다.

“정말인데. 우리 엄마 진짜 바빠요.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와요.”

할머니는 별 대답도 없이 손만 움직였다. 가르마를 따라 머리카락을 절반으로 나누고 오른쪽을 대충 고무줄로 묶었다. 왼쪽 머리를 부드럽게 잡아 결을 따라 빗고 땋았다. 듣는 둥 마는 둥 한 모습에 괜히 조바심이 났다.

“시간이 없어서 그렇거든요? 우리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예쁜 머리해줄 수 있어요. 지네 머리도 잘 해요!”

“아무리 바빠도. 지금 아니면 이때가 또 언제 온다고.”

코끝이 찌릿했다. 거울로 할머니를 올려다보았다. 할머니는 담담하게 머리카락만 만졌다.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이 지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이렇게 만져주면 좋았는데. 그땐 엄마랑 매일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잤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일을 다니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도 점점 늦어졌다. 돈 돈 노래가 나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우리 엄마 많이 힘든가 봐요.”

엄마의 입에서 매일 한숨이 나왔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도 계속 입었다. 예전 같으면 진작 버렸을 텐데. 엄마의 생활력이 강해질수록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제가 아빠를 따라갔으면 엄마는 더 행복했을 텐데. 돈도 더 많고.”

다 나 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엄마를 좋아해서,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해서 그렇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 싫다고 할 걸.

할머니는 손을 멈추고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대충 묶어두었던 오른쪽 고무줄을 풀었다.

“네가 어떤 딸인데. 그렇게 말하면 엄마 가슴 미어진다.”

“할머니가 우리 엄마 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왜 몰라. 공주처럼 키우려고 안 하냐. 내 딸은 최고 좋은 옷만 입히고, 최고 좋은 것만 먹이고.”

머리를 땋는 손이 조금쯤 느려졌다.

“내 끼니는 걸러도 딸내미 밥은 챙겨야지. 내 딸 안 굶기려면 하루도 쉴 수가 없어. 손이 부르트도록 일만 하는 거야.”

할머니의 손에 눈이 갔다. 손끝이 새까맸다. 독약이라도 만진 것 같았다. 손가락 마디마디도 다 부어 있었다. 아마 할머니는 주먹도 제대로 못 쥘 거다.

할머니가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 못난 손 덕분에 우리 세리 버젓이 길렀지. 네 엄마도 이런 마음일 거다.”

‘엄마 마음?’

할머니는 엄마 마음만 알았다. 딸 마음은 하나도 모르고. 삐죽 가시가 돋았다.

“할머니 딸은 할머니 손이 그렇게 된 게 좋대요?”

“뭐야?”

“저는 그런 거 싫어요. 우리 엄마가 못난 거 싫단 말이에요.”

“허, 참.”

“우리 엄마는요, 맨날 나한테만 예쁘라고 해요. 예쁜 것만 보고, 예쁜 생각만 하고, 그렇게 크래요. 그러면 자기는 하나도 안 힘들대요. 다 괜찮대요.”

내 말에 할머니는 한숨 같은 웃음을 지었다.

“엄마만 괜찮으면 뭐해요? 나는 안 괜찮은데.”

변해가는 엄마가 싫었다. 진상 소리도 지긋지긋했다. 우리 엄마도 예쁠 수 있는데. 예쁜 옷 입고, 좋은 말만 쓰고, 시장에서도 억지 안 쓰고. 다른 엄마들처럼 연예인같이 살 수 있었는데.

“그런 마음 필요 없어요. 무겁기만 해요. 하나도 안 고맙다고요.”

할머니는 말없이 고무줄로 꽁지를 묶었다. 그리고 거울 속의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한참 만에 열린 입술에서 아주 여린 숨결이 느껴졌다. 쓸쓸한 혼잣말 같았다.

그때, 미장원 문이 벌컥 열렸다.

“이예림!”

“엄마?”

“한참 찾았잖아!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 엄마는 너 잘못된 줄 알고!”

씩씩대던 엄마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소파에 주저앉았다. 엄마의 낡은 구두가 나동그라졌다. 껍질이 까져 붉은 살이 드러난 뒤꿈치에서 빨간 립스틱보다 더 새빨간 피가 났다. 그 모습이 꼭 할머니의 손 같아서 덜컥 겁이 났다.

내 손을 잡는 엄마 손이 덜덜 떨렸다. 주먹을 꾹 쥐어도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불그스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시선 끝의 거울에도 엄마가 있었다.

거울 속에 함께 있는 엄마와 내가 어색했다. 양 갈래로 땋은 내 머리는 가르마부터 꽁지까지 윤이 났다. 같은 반 애들이랑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엄마의 머리는 철 수세미처럼 부스스했다. 보풀 덩어리 재킷은 평소보다 더 꼬질꼬질해 보였다. 나는 이제 놀이터에 갈 수 있는데. 엄마는 여전히 교문에 서지 못할 것 같았다.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예림아.”

엄마는 항상 뭐가 그렇게 미안한지 모르겠다. 미안해. 괜찮아. 이 세 글자가 너무 무겁다.

‘마음의 무게는 어떻게 잴 수 있을까?’

저울이 있으면 좋겠다. 엄마 마음만큼 움직인 바늘을 내 마음만큼 돌려놓으면, 바늘은 영점을 가리킬까? 마음과 마음 사이, 딱 그 가운데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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