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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0전남매일 신춘문예 골드문학상-수필 당선작 제은숙 당선소감

2020년 01월 01일(수) 00:00
종일 흐리다 기어이 비가 내리던 날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전화기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습니다.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다가도 멍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며 작품을 보냈으나 덜컥 당선되고 보니 부담감에 걱정이 앞섭니다. 영광의 순간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수필을 배우면서 어머니 품에 안긴 것 같은 푸근함을 느꼈습니다. 삶에 지치고 조급했던 저에게 수필은 여유를 가지라고, 모든 삶에 의미가 있다고 다독여주었습니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손놓아 버린 시간을 자책하고 있을 때 수필은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더 작은 것과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겨울비가 내렸으니 숲 바닥이 조금 부풀어 오를 것입니다. 지난 가을 내려앉은 망개잎과 으름나무 열매껍질이 부숙될 시간입니다. 구멍이 생긴 자리에 곰팡이가 피고 푹 삭아서 한 덩어리로 뒤섞일 것입니다. 이전의 흔적은 모두 문드러져 흙과 함께 숨쉬는 법을 익히게 될 것입니다. 바닥에 내려앉은 것들이 그보다 낮은 것들을 먹여 살리고 땅속 깊이 스며들면 이른 봄 메마른 산 끝자락에 연분홍 진달래꽃 한 송이가 피어날 것입니다. 저에게 봄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동안 제 삶도 곰삭기를 고대해 봅니다. 언 땅을 뚫고 나올 연한 목숨의 뿌리에 닿고 싶습니다.

어디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첫 독자가 되어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부족한 글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따끔한 충고도 더해주시는 수필반 선생님과 영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허점이 많은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항상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78년 거제 출생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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