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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지자체 고민 커진다

매년 인구 늘어도 사회 재교육·복지는 ‘제자리’
지원 한계 빈곤 악순환…사회정착 관계망 시급

2020년 01월 19일(일) 19:06
# 지난 2010년께 베트남에서 영광 군남면으로 시집온 응왠티검로안씨(37)는 올해 갑자기 남편이 사고를 당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올해 64세인 남편은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늦둥이 3살짜리 딸과 초등학교 입학 전인 아들의 육아를 도맡게 됐다. 산재보험료 150만원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엔 응왠티검로안씨마저 건강이 악화돼 병원비를 충당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자체도 응왠티검로안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지만 산재보험 지급대상이어서 사실상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응왠티검로안씨는 ‘다른나라 사람’이라는 차가운 시선 속에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정책이 급증하는 복지수요는 물론 사회구조 변화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외국 이주자들의 최소 사회안전망이 돼야 할 복지정책은 사실상 현금지급 등 단순 물질자원 연계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전담 행정인력 부족과 내국인 복지 등에 밀려 전반적인 일반복지시스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다문화 정책에 대한 사회적 약자 지원을 벗어나 사회구성원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다문화 가구원수는 지난해 말 현재 4만5,453명으로 전남인구의 2.5%이며 다문화 자녀는 1만3,099명으로 전국 22만950명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도내 결혼이민자와 국적취득자도 전년대비 3.6%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다문화 가정 취업형태는 90% 이상이 단순노무직이거나, 정규채용이 아닌 비정규일용직에 집중되고 있다. 정착하는 지역이 대부분 농어촌인 점도 있지만, 일자리 정보 부족으로 인해 주거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농촌 일자리에 국한되거나, 농한기에는 식당 또는 건설 등 노무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다문화가정 상용직 비율은 42%에 그친 반면, 일용직 근로자는 18.5%로 일반국민(5.4%)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다문화가정 소득수준은 4인 가족 기준 평균 250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100만~200만원 미만’이 22.4%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지역 상당수 다문화 가정은 좀처럼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차상위계층 복지대상이 아니거나 정부 또는 지자체 복지제도를 따져보지 못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를 비롯 일선 지자체들도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관리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인구대비 복지인력을 편성하다보니 지자체별 전담 행정인력 확충에도 제한적이다. 전남도의 경우 여성가족정책관실 다문화정책팀이 구성됐으나, 전체 인력은 팀장을 포함해 3명뿐이어서 다소 인력투입인원이 많은 교육과 현장방문 지원업무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다문화가정 2세 교육 시스템 부재도 과제다. 전남 도내 유·초·중·고,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이 1만명을 넘어서 도내 전체 학생의 4.9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728명 늘어났으며, 2015년 7,238명에 비하면 무려 3,279명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해묵은 이질적인 인식은 교육현장에서도 각종 사회문제를 양산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일회적인 지원복지보다 다문화가정의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응왠티검로안씨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말할 수 있는 이웃이 없어 고립감이 더 커졌다”며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고 하소연했다.
/김영민 기자         김영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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