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단체협약에 연장근로나 야간근로가 고정적으로 이뤄지는 업종의 시간당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실제 근로시간을 사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광주·전남지역 산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지역산업계가 ‘고정적 연장근로’를 단체협약에 규정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비롯해 지역기업들이 대법원에서 근로자의 안녕과 복지를 조금 더 보장해주는 방향의 판결이 나오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수년째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의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등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좁게 해석하면서 노동자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지난해 교통비와 기능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총액은 4억8,000여만원이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곡성공장 근무자의 교통비 보조금, 공정지원금, 기능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며 2008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미지급분 17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를 기준으로 곡성 교통비 보조금, 공정지원금, 기능 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체력단련비, 야간교대 수당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교통비 보조금은 회사가 통근버스 이용 여부나 개별 출·퇴근 거리 및 방법 등에 따라 금액에 차등을 두지 않고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한 근로 대가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분기마다 지급해온 기능 수당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다만 체력단련비는 근로 내용과 관계없이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해 일정한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고 고정성을 갖추지 않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야간근로수당 역시 3교대 근무자 전체가 아닌 해당 월에 심야 근무조에 들어간 사람에게만 지급하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이번 사례와 유사한 근로환경을 가진 지역기업 숫자 등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이라며 “판결의 파장이 너무 커서 미칠 범위조차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정적 연장근로를 단체협약에 규정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과 하남산단 등 중소기업들은 초긴장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하남산단 대기업 하청업체 관계자는 “이러한 법원 판단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대기업 하청업체를 비롯해 지역기업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지역기업마다 경영 정상화 활동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경영상 어려움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유사한 단체협약을 맺은 기업 현장에서 향후 노조의 문제 제기가 잇따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근로자에게 유리한 법원 판단이 나올 때마다 관련 문제 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노조는 이 문제를 제기하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못해도 본전’ 식의 줄소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에 체결한 단체협약을 수정하기 위해 임금 인상 등 노조 요구를 들어주거나 소송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사례는 노사 합의에 의한 단체협약이 고정적 임금을 더 챙겨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도 협약 당시 의도와 상관없이 법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선의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