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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데 사망?...주민등록 행정 '누수'

20년 전 모든 신원 정보 말소...투명인간 전락
본인 확인 방법 없어...경찰 "지문 조회도 안돼"

2020년 05월 25일(월) 19:31
# A씨는 광주 남구 월산 4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을 보는 중‘본인이 사망한 것으로 조회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산에 조회했더니, 20년 전,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된 ‘사망자’로 뜬다는 것. 황당한 상황을 인지한 복지센터는 경찰 등에 A씨 신원조회를 요청했지만‘기록이 사라져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A씨는 일명 ‘투명인간’으로 전락했다.

최근 남구 한 주민센터에 20년 전 실종돼 법적으로 사망 처리된 민원인이 나타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을 관리하는 남구청과 1차 법적 신원조회가 가능한 경찰은 모두 ‘기록폐기’라는 이유로 민원인 신분을 확인하지 못해 일부 취약계층의 주민등록 행정이 누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광주 남구청 등에 따르면 A씨는 올해 초 월산 4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그는 지난 2000년에 사망 처리됐다는 기록만 있을 뿐,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모든 신원 정보는 ‘주민전산시스템’에서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씨가 신원을 회복하려면 법원의 ‘실종선고 취소 심판’으로 가능하지만, 그를 입증할 서류는 이미 말소된 상황이다.

가족이 있을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A씨는 오래전부터 가족과 연락을 끊어 가족이 직접 나타나기 전까지 A씨 신분을 확인해 줄 사람은 없었다.

이에 센터 한 공무원은 A씨 신원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남구청 등에 수차례 문의했지만‘조회 불가’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남구청 관계자는 “A씨의 신원 확인은 법원에서 서류 발급 요청을 해야만 가능하다”며 “본인이 직접 요청하더라도 구청은 발급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또한 “해당 민원인이 사망 처리된 지 오래돼 지문조차 조회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본지는 A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주변인들조차 ‘A씨 이름만 알 뿐,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 달 전에 가족이 A씨를 경기도 남양주로 데려갔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문제는 A씨처럼 드물지만‘생존자 사망처리’된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광주 가정법원에 확인한 결과, 올해 초 A씨와 비슷한 사정이 있는 민원인이 법원에‘실종 선고 취소’를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생존자 사망처리’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지역 내에 있는 노숙자 등에 대한 주민등록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망처리’가 된 거처 불명자가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현행 시스템으로는 지문 확인 등 기본적인 초동 수사마저 불가능해 이같은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사망처리 매뉴얼상 ‘국가유공자 안치’의 경우 한 달가량 조회 기간을 두지만 일반인은 처리 즉시 주민등록상 기록이 폐기된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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