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부부의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요, 성년의 날이 있는 청소년의 달이다. 또한 조선조 최대 성군 세종대왕의 탄생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교육의 달이다. 성년의 날과 스승의 날을 연계한다면, 성년이 될 때까지 어버이를 대신하여 아동과 청소년 시기를 책임지고 가르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스승이다.

지난 3개월 동안 학교는 코로나19 때문에 닫혀 있었고, 온라인을 통해 교육의 일부분만 가까스로 이어져 왔다. 지난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순차적으로 등교 수업이 시작되어 교실에서 스승과 제자의 진정한 교육적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잘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면서 기다렸던 선생님들과 혼자 공부하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기다렸던 제자들의 감동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교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는 중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정년을 했고, 지금은 2년째 대학에서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스로 행동과 학습에 책임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에서의 스승의 날 분위기는 행동과 학습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미성년 제자들을 가르칠 때와는 많이 다르다. 교육자로서의 책임감 차이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스승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나 자신은 교육자로서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자에 대한 관심이나 태도가 실망스러워 그렇게 느끼는 것 또한 아니다. 나 자신의 교직생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나는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하여 사회가 스승이라 인정해 주는 것에 비해 나 자신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으로 아쉬워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모든 일을 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하였고, 자기 자신을 위해 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페스탈로치의 묘비명에 나오는 희생과 봉사의 길이 '스승의 길'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교직생활 10년 정도 지난 시기에 나는 비로소 스승의 권위와 은혜를 구분할 수 있었다. 스승의 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인 '군사부일체'의 의미에 대해 평소와 다른 관점을 깨닫고는 얼마나 크게 죄책감을 느꼈었는지 모른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풍토 속에서 내가 헌신한 이상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사회적으로 교권이 추락할 때마다 등장한다. 임금과 부모와 동일한 수준으로 교사의 권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교사의 권위는 임금이나 부모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기에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로 권위의 의미가 강조되기도 한다. 교사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으면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기에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교사의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일 터다.

그런데, 군사부일체라는 용어의 원전인 소학(小學) 제2편에서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라고 했다. 권위가 아닌 은혜의 동일성을 말했다. 아버지와 스승과 임금은 낳아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먹여 주셨기에 내가 존재하고, 이들의 은혜는 동일하기에 한결같이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스승의 위치를 임금과 아버지와 동격에 둠으로써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강조한 것이다.

나는 교육자로서 보람을 만들면서 근무하기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가르치는 일은 본래 어렵다고 생각한다. 교육자는 어려운 일을 기꺼이 헌신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기에 스승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힘들게 하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있긴 하지만 선생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다림의 경험을 통해 스승과 제자들이 귀한 교육적 만남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코로나 사태가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이다.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교실에서 그리고 10여일 후면 열리는 모든 교실에서 헌신과 보람, 존경과 감사가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