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우진문화공간

전북 전주시 전주천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볼 수 있는 특이한 건물이 있다. 멀리서 봐도 초록색 잎들로 가득 덮여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다. 거친 콘크리트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이 인상적인 이 건물이 바로 전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곳인 우진문화공간이다. 판소리 고장 전주의 문화예술 발전을 견인하고, 예술인과 지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우진문화공간을 찾았다.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문으로 나오면 만날 수 있는 색다른 느낌의 우진문화공간 건물 안쪽.

우진문화재단이 설립한 우진문화공간은 1991년 전주시 서노송동의 우진건설 사옥 2층에서 개관했다. 우진문화공간은 전북지역 기업 메세나의 출발점이다. 시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문화시설은 크게 증가했으나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돕는 시설은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에 생긴 공간으로, 13년간 이곳에 위치하다 지난 2004년 덕진구 진북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전북지역을 거점으로 기업 활동을 하던 김경곤 회장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기반으로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 사재를 쏟아 부지매입, 건축, 시설비를 조달했고, 기업후원금도 더해졌다고 한다.

카페 ‘담쟁이 커피’ 를 따라 조그맣게 나 있는 짧은 산책로.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건물을 뒤덮은 담쟁이 덩굴은 묵묵히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헌신한 재단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듯 하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왼편에 위치한 갤러리를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람객을 찾아보기는 힘들었으나, 탁 트인 넓은 공간에 간격을 두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방문한 날 전시된 작품은 홍현철 서양화가의 작품 10여점으로, 감각과 관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와 동질성에 관해 다뤘다. 큰 캔버스 속 거침없는 붓의 움직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느껴지는 공백이 인상적이었다. 홍 화가는 ‘버림의 미학’을 통해 새로운 조형미를 추구하고 있는 화가로 평가받는다.

갤러리를 나와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문을 열고 나가면 오래된 작은 요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입구와는 다르게 아직 채 자라지 못한 담쟁이 덩굴 사이사이로 콘크리트 벽이 보여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은 공간이지만 주위에 심어놓은 나무들과 꽃들도 작은 정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카페 ‘담쟁이 커피’ 를 따라 조그맣게 나 있는 짧은 산책로.

이 작은 정원에서 다섯발자국만 걸으면 오른편에 위치한 것이 바로 우진문화공간의 자랑, 예술극장이다. 예술극장은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무빙라이트 등 갖가지 조명시설과 고급설비를 갖춰 운영되고 있다. 재단 주최 기획공연 뿐만 아니라 대관공연도 함께 진행되는 예술극장은 이 날도 다음 날 있을 ‘젊은 춤판’ 공연 리허설에 분주했다.

전국 최고의 명창들을 초대해 매년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을 선사해 오고 있는 우진문화공간은 판소리 외에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지역민과 소통한다.

전시, 공연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채널,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도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지역의 콜렉터들과 함께 타 지역의 유명 전시공간을 찾는 ‘미술기행’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젊은 예술인들이 설 무대를 마련해주는 ‘우리소리 우리가락’이나 ‘청년작가 초대전’ 등도 탄탄이 이어져 오고 있다.

우진문화공간이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우진문화공간 유튜브 캡쳐.

예술극장 오른편에는 우진문화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담쟁이에서 이름을 딴 카페 ‘담쟁이 Coffee’가 운영중이다. 우진문화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설치된 카페 벽이 인상적이다.

카페에 방문한 이들 대부분이 통유리 근처에 앉아 담쟁이 덩굴과 나무를 감상하며 여유로운 차 한잔을 즐기고 있었다. 카페 옆 통유리를 따라 난 조그만 산책길도 짧지만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기 좋은 공간이다.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푸른 담쟁이로 뒤덮인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전시와 공연을 통해 문화를 즐기며 도심 속 잠깐의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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