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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원들과 코이의 법칙, 그리고 공명지조
2020년 07월 14일(화) 19:34
강성수 국장 겸 정치부장
‘코이의 법칙(koi’s law)’이라는 게 있다. ‘코이’라는 물고기는 집 안의 조그마한 어항에서 기르면 5~8cm 피라미로 자라고, 큰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의 대어가 된다고 한다. 비단잉어 종류인 코이가 성장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이, 사람도 주변환경에 따라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이런 법칙을 필자는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된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대부분이 초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들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갖기 전까지 어떤 일을 했던, 어떤 직업을 가졌던 전직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 그래야 ‘코이’처럼 강물에서 대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국회의원은 18명이다. 그중 광주에서는 송갑석 의원을 제외한 7명이, 전남에서는 이개호·서삼석·신정훈·김승남 의원을 뺀 6명이 모두 초선이다. 이들의 전직을 살펴보면 자치단체장 출신을 비롯해 정통관료, 386운동권, 대기업 임원, 지방의원, 의료계, 법조계 등 다양하다.

-한층 높아진 지역민 기대치

올해 광주·전남 총선의 특이점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석을 모두 석권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시·도민들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결국 민주당과 국회의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일당독점에 따른 폐해도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의원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총선에서 지역 내 내로라하는 중진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정치적 세대교체를 이뤘다. 하지만 한층 높아진 지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각에서는 지역정치권이 일당에 초선으로 채워져 소통과 경쟁이 사라지고, 각종 지역 현안 해결과 예산확보 등 여러 부분에서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전남도의 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를 보면서 지역민들은 의원들의 정치적 무기력을 이미 경험했다. 또 5·18민주화운동 관련법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한 제도적 준비작업도 사실 형식적인 법안 발의만 요란할 뿐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법안 발의에 있어서도 상호 보완과 배려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의원별로 ‘백가쟁명식’ 의견만 개진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이 초선의원이라는 상황에서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역 의원간 유기적 협조와 역할분담도 기대했으나, 회의적 시각이 더 많다. 최근 마무리된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만 살펴봐도 기대는 곧바로 곤두박질친다.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이 최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방위원회 소속은 단 한 명도 없다. 지역발전과 현안 해결을 겨냥한 ‘말 잔치’ 의정활동이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

-의미 있고 후회 없는 의정활동

국가 차원에서 보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이다. 코로나19 위기가 경제난과 민생난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영세자영업자는 물론 산업 전반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에 국회가 지혜를 모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헛바퀴만 돌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집권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계속되면서 20대 국회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국회의원들은 불교 경전에 나오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경전 내용을 빌리자면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인 새가 있다. 이 새는 한 몸이면서 생각이 다르고 서로 극렬히 자주 다퉜다. 두 개의 머리 중 한 머리에 샘을 낸 다른 머리가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독이 든 열매를 먹였다가 함께 죽게 됐다는 이야기다. 극단의 대립과 갈등으로 두 동강이 난 요즘 시대적 상황, 배려와 협력 없는 국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21대 국회가 안고 있는 숙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산더미다. 광주·전남지역 초선의원들이 코이의 법칙에 유념하며,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한 의미 있고 후회 없는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해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성수 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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