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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줌(9)무언가(無言歌, Music without Words)

소리 자체만으로 언어와 음악이 되다
멘델스존, 전 생애동안 '무언가' 54곡 작곡
정제된 톤으로 감정 설득 낭만주의 대표작

2020년 07월 16일(목) 09:28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인 음악가 멘델스존. 함부르크의 명망있는 유태인 가문에서 은행가의 4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성장했다. 환경 탓인지 멘델스존은 밝고 화려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말을 하고, 듣고 산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재주가 될 수 있고, ‘말이 많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는 말이 갖는 영향력과 파급력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많은 말을 하고, 듣고, 쓰고 있다. 옛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표현이 있다. 내 입장에서 나의 어려움을 그저 다 이해해주길 바라는 이기심은 없는지,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일방적인 얘기를 듣고 있는지 등 우리들은 일상 속 많은 대화와 언어를 사용하며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언어 가운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멘델스존이 그린 수채화. CADENABBIA ON LAKE COMO IN ITALY
#음악에서의 언어

음악에도 언어는 반드시 필요하다. 작곡가는 악보에 자신이 의도하는 지시어를 분명하게 표기한다. 예를 들어 ‘장중하게, 느리게’를 뜻하는 Grave나 ‘생기 있게, 빠르고 경쾌하게 연주’하는 Allegro con brio는 고전파 음악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베토벤의 악보를 보면 그가 얼마나 정확하게 자신의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적어놓았다. 그래서 베토벤의 음악적 해석은 악보에 거의 적혀 있다고 봐도 무방할 할 정도이다.

음악에서의 지시어 뿐만 아니라 가사가 있는 음악 또한 ‘언어’가 수반된다. 즉, 문학에서 대사가 음악으로 옮겨져 오페라가 되기도 하고, 시가 선율을 동반해 예술가곡(Lied)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말은 음악에서 조금 더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기호나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가사가 되어 음악이 되기도 한다.

독일 출신 작곡가 멘델스존(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은 낭만주의 시대의 리트를 빌려온 것처럼 가사가 없는 피아노 노래를 작곡했다. 이 곡을 무언가(無言歌, Lieder ohne Worte something)라고 한다. 6개가 한 세트로 완성된 무언가는 모두 여덟 개의 작품과 유작으로 남은 여섯 곡이 더해져 총 54곡을 남겼다. 그렇다고 멘델스존이 가곡을 전혀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가사가 필요 없는, 그저 말이 필요 없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멘델스존은 184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라이프치히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예술 대학을 설립해 독일음악의 근간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

멘델스존은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로 함부르크의 명망 있는 유태인 가문에서 은행가의 4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성장했다.

멘델스존의 아버지는 아들의 생일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주면서 아들의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지지해 주었다. 괴테가 어린 멘델스존을 보고 “저 아이의 연주 실력을 비교해 보면 모차르트는 어린애가 빽빽거리며 소리 지르는 수준이다”라고 했던 일화를 통해 멘델스존이 얼마나 천재적인 음악가였는지, 또 그의 집안이 얼마나 부유했는지는 짐작해 볼 수 있다.

풍족한 가정환경 덕인지,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잘 어울리는 성격 덕인지 멘델스존은 밝고 화려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멘델스존은 합창, 종교음악, 가곡 뿐만 아니라, 교향곡, 협주곡, 관현악곡, 피아노곡, 오라토리오, 실내악까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곡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피아노 트리오 1번 d단조 작품49,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작품64, 극음악 ‘한여름밤의 꿈’ 작품21, 교향곡 4번 ‘이탈리아’ A장조 작품90 등 무수히 많은 곡을 작곡했다. 그는 선배작곡가들의 작품을 재조명하고 발굴해 내는 일에도 앞장섰다. 특히 1829년 바흐의 마태수난곡 BWV244를 바흐가 초연 한 이후 100년 만에 다시 세상에 알려 주목받게 되었다.

멘델스존은 부유하기도 했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음악가였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음악가들을 돕기 위해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184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라이프치히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예술 대학을 설립해 독일음악의 근간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말없이 전달되는 노래

무언가의 구성은 반주가 있는 독창곡, 반주 달린 이중창, 무반주 합창곡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멘델스존은 반주가 있는 독창곡 형식의 ABA형식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선율적인 특징은 매번 성악적 라인을 지니는 것은 아니며 가끔은 사람의 음역대를 벗어나는 선율도 나타난다. 이것은 멘델스존이 성악곡이 아닌 기악곡의 특징을 조금 더 표현한 것과 끊임없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그의 독창성에서 기인됐다고 볼 수 있다. 가끔은 슈베르트의 성악곡을 듣는 것 같은 인상과 낭만주의의 표제적이면서 극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멘델스존은 무언가 1권 작품19를 ‘피아노를 위한 독창적 선율(Original Melodies for the Pianoforte)’이란 제목을 붙여 출판했으나 이후 2권부터는 무언가로 제목을 달고 출판되었다. 멘델스존이 전 생애에 걸쳐 54곡의 무언가를 작곡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의 출판을 기다리는 출판사가 있었다는 것과,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나 음악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말없이 전달되는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순수하고 정제된 톤으로 듣는 이의 감정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소리 그 자체만으로 언어가 되고, 음악이 되는 무언가의 매력을 공유해 본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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