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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휩쓴 폐허 "뭐부터 치운당가"

주택 흙더미에 잠겨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어
씻어내도 나오는 흙탕물에 주미들 망연자실
가전제품 등 쓰레기 산더미…장병들 '구슬땀'
■담양 무정면 술지마을 산사태 복구현장 가보니

2020년 08월 10일(월) 19:46
이틀간의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담양군 무정면 술지마을에서 중장비를 이용 밀려온 잔해들을 치우며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김생훈 기자
“지난 9일 새벽 4시께 산에서 갑자기 흙더미가 쏟아지더니 마을이 쑥대밭이 됐지 뭐야. 어제 비가 조금 그치면서 대충 쓸고 닦기는 했는데, 또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것당께.”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600㎜ 이상의 기습적 폭우가 쏟아진 담양에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술지마을이 풍비박산이 났다.

10일 오전 10시께 담양군 무정면 봉안리 술지마을.

이날 본지 취재진이 찾은 이 마을에는 주민들과 31사단 장병 20여명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 곳곳에는 파편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또 마을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경차 한 대가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흙더미와 나무, 토사가 덮친 주택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치우고 닦아도 계속 나오는 흙탕물에 자포자기한 주민들은 한숨만 연신 내쉬었다.

한 주민은 완전히 파손된 집을 바라보며 토사에 묻혀 버린 1t 트럭 운전석에 넋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 마을이 탯자리라고 설명한 양정희씨(43)는 지난 9일 새벽 발생한 산사태로 오리 1만여마리를 잃었다.

양씨는 “새벽 4시에 마을 인근에 마련된 오리농장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들어가던 중 산에서 5m가 족히 넘는 나무와 돌덩이들이 엄청난 속도로 마을을 덮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당시 산에서 내려온 돌덩이로 LPG 가스통이 폭발해 마을주민들이 놀라 대피했다. 그 와중에 외할머니댁을 방문한 어린 아이가 결국 어머니 손을 놓치며 물길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산사태가 나면서 산에 물길이 만들어졌다. 태풍이 북상한다고 하는데 또 다시 폭우로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행정당국은 피해복구가 완료되면 다시는 물난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 건너편 교회 인근 주택가에는 산사태로 휩쓸고 떠내려온 가전제품이 널브러져 있었다. 31사단 장병들은 어르신들이 미처 치우지 못하고 쌓아 놓은 목재와 쓰레기더미를 옮기고 있었다.

교회 맞은 편에 거주한다는 김정해씨(83·여)의 주택도 산사태 때문에 겨우 형체만 유지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오늘이 시아버지 제삿날이라 9일 새벽 늦게까지 밤과 대추를 정리 중이었는데 어디선가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순식간에 집안으로 물과 흙더미가 덮쳤다”면서 “경찰관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또 “이 마을에서 40년 넘게 살아왔지만 이처럼 큰 자연재해는 처음이다. 혼자서는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서울과 전주 등에서 일하는 아들 3명에게 도움을 청했다”며 “제대로 복구도 못한 상황에서 내일까지 태풍으로 많은 비가 온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담양에는 612㎜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폭우로 술지마을 피해 10가구 중 4가구가 완파됐으며, 이재민 10명이 발생했다. 또 하천·도로 등 피해액만 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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