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전남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침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고차시장 성수기인 가을철에는 침수된 차량이 수리 내역을 속이거나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돼 일반 시세보다 저렴하게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 중고차 구매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보험업계와 자동차중고매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내린 광주·전남지역 집중호우로 침수된 차량은 총 300대로 파악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국적으로 자동차 침수 피해는 7,113건에 달한다.

실제 광산구 첨단 차고지에서 운행 대기 중인 버스 23대가 침수되는가 하면, 북구 문흥동 문흥성당 인근에는 차량 20대가 동시에 잠겼다. 남구에서도 송암 고가도로 인근을 지나던 차량이 시간당 70㎜ 이상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되는 등 광주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이처럼 침수 피해를 입은 차주들은 차량 공업사에 수리를 맡기거나, 최악의 경우 폐차까지도 감수하고 있다. 광주 한 폐차장 업체에는 ‘엔진까지 물에 잠겼다’,‘폐차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 9일까지 침수 차량 4대를 폐차 처리하고, 최근 등록번호도 말소했다”며 “많은 비로 침수차량 폐차문의가 계속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차주들의 침수 차량이 ‘무사고’차량으로 둔갑돼, 중고시장 매물로 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비양심적인 유통업자들이 자동차 보험 처리되지 않은 침수차를 헐값에 구매해 ‘수리 후 판매’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침수 차량이‘부분 침수(엔진 미손상)’일 경우 수리 후 유통되면 차량 침수 기록은 남지 않는다.

특히 침수 유무를 알려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시세가 낮은 경차 또는 노후 차량은 미가입된 경우가 많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고차 판매업체 한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침수 차량으로 인정받으려면 엔진의 절반 이상이 잠겨야 한다”며 “침수 피해 차량 중 상당수는 일부만 공업사 수리를 거쳐 중고시장 매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침수차량은 차량 수리 이후에도 내부 부식이 시작되면서 곰팡이 증식·전자장비 오류 등이 발생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에 소비자 보호 시민단체들은 “중고 매물 거래 과정에서 침수차량 이력제 등 침수차량을 선별할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여름 중고차를 살 계획인 소비자들은 반드시 침수차량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시길 바란다”며 “매매 계약서에 침수 피해 보상 특약을 넣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카히스토리’에서는 침수차량을 확인할 수 있지만 보험사에 신고된 차량만 조회가 가능하다./최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