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를 놓고 시민들과 방역당국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역민들은 확진자의 이동 동선을 구체적으로 알려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방역당국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과 확진자 개인정보보호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 지침이 권고사항이어서 확진자 동선 등 정보는 일선 지자체마다 제각각으로 공개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성별, 연령대, 거주지(아파트), 증상, 검체채취일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 권고와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른 조치였지만 시민들의 민원과 항의는 폭주했다. 방역을 마쳐 ‘OOO’ 형태로 표기된 장소들은 시민의 불만을 더 자극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6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에 대한 지침을 내놨다. 무분별한 정보공개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경제적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이나 장소를 특정하지 않도록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해당 공간에서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도 비공개다.

광주시는 확진자 동선을 최소한으로 공개하고 있는 반면, 전남도와 전남지역 일부 지자체는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 상호까지 공개하고 있다. 중대본 지침이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도민들이 확진자와 관련된 세부적인 동선 등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지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만 최대한 권고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광주시의 코로나19 확진자 이동동선 발표에 따른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광주지역 한 맘카페에는 ‘광주시 관계자들 고생하는거 안다. 고생하는 김에 제대로 된 동선공개 부탁한다. 화순군보다 동선공개가 늦으면 되겠냐’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화순군에서는 광주 282번 확진자 거주지역, 직업, 직장명, 동선까지 상세하게 공개됐다. 광주시만 확진자 인권을 중요시하는 인권도시냐. 다른 지자체의 동선공개는 불법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제발 동선공개를 최대한 빠르게 빠짐없이 부탁드린다. 방역당국의 노고를 알고 있다. 고생하는 김에 시민 불안을 잠재우도록 동선공개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확진자 아파트도 공개 안하나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확진자 공개하면 뭐하나. 다 000 처리다. 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오히려 불안감이 더 가중된다. 동선공개가 무의미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은 ‘코로나 확진자 동선공개 올바르게 표기해주시길 청원합니다’를 공유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를 올려놨다. 해당게시물에는 30여명의 회원이 댓글을 남기며 호응했다.

확진자 동선공개 논란에 대해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시민들이 왜 걱정하는지 안다”며 “당국에서는 새벽까지 검사하고 확인해서 공개할 부분은 공개하고, 공개하지 않는 부분은 그 이상 노력을 기울여 공개하지 않는 것이니 제발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지나친 공개는 궁금증 해소에는 기여하지만 감염자 확산을 막는 데는 실익이 없다는 게 질병관리본부 판단이고, 확산방지와 경제적 영향 등을 검토해 공개할 것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국장은 “공개하지 않는 곳은 안심하고 가도 된다”며 “믿고 도와준다면 방역당국과 시민이 원팀이 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협조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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