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직자 A씨(30)는 추석명절 이동 제한을 핑계 삼아 고향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친척들과 만나 취업, 결혼 얘기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연휴기간에 아무 생각 없이 지친 심신을 달래보고 싶지만 A씨에겐 사치다. 취업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몇 달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2. 직장인 B씨(42)는 다가오는 추석이 아주 부담스럽다. 추석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돈은 급한데 회사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며 지난달부터 월급을 주지 않고 있다. 추석 상여금은 고사하고 월급이라도 제대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 재난’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고 회사의 어려움은 더 오래 갈 것으로 전망돼 이직도 꿈꿔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우울하기만 하다.



추석을 앞둔 광주·전남 지역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 임금체불로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은 명절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들 또한 장기화된 실업사태로 올 추석이 달갑지 않다.

27일 광주노동청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체불임금은 올해 들어 7월까지 588억 원(광주 318억 원·전남 27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체불임금 535억 원(광주 278억 원·전남 257억 원)보다 무려 53억 원 증가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집계된 광주·전남 실업급여 수급자는 4만 5,428명으로, 지난해 3만 8,854명보다 16.9% 증가했다.

실업급여 지급액 또한 올해 3,471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2,569억 원보다 900억 원 정도 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취약 근로자의 생계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체불임금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실련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늘면서 임금체불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소상공인들 사업 자체에 한계가 있다 보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광주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 모씨(44)는 “14년간 직장을 다니면서 재정 위기가 닥친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다. 추석을 지내려면 돈이 필요한데 월급이 나오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의 우울감도 심각하다. 공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을 하지 않은데다 아르바이트마저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 모 씨(28·여)는 “취업을 하지 못해 사회 낙오자가 된 기분마저 들어 고향을 내려가기가 두렵다”면서 “취업과 미래를 생각하면 좌절감이 들고 우울해진다. 자괴감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어 이런 내가 낯설 정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년유니온 한 관계자는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추석과 연휴가 달갑지 않은 이유다”면서 “정부는 공공영역에서 청년이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역할에 좀 더 역량을 집중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지자체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