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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 줌(15) 차이콥스키, 가을의 노래

낙엽 떨어지는 이미지, 가을 감성으로 음미
각각의 달에 맞는 자유로운 형식의 피아노곡
10월 ‘가을의 노래’, 러시아식 멜랑콜리 입혀
톨스토이 짧은 시와 어울린 서정적 작품 완성

2020년 10월 22일(목) 14:59
모스코바 중심 도심공원인 고리키 파크의 가을.
모스코바의 가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때를 지나 낮에도 제법 서늘한 요즘 가을의 중턱에 와 있는 듯하다. 높은 하늘과 노랗게 빨갛게 물든 가을 산과, 봄과 여름내 푸르름을 간직한 낙엽이 떨어질 때 잃어버린 감수성을 잠깐 되찾곤 한다. 더운 여름을 보내고,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은 이때 10월이 갖는 가을음악을 떠올려 본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음악에서 계절과 관련된 음악을 얘기할 때 비발디의 ‘사계’를 빼 놓을 수 없다. 덧붙여 사계를 소재로 만든 또 다른 작곡가들이 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아 ‘사계(Franz Joseph Haydn, 1732∼1809, Die Jahreszeiten Hob. XXI: 3)’, 글라주노프 ‘사계(Alexander Glazunov, 1865~1936, The Seasons Op.67)’,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사계, 피아졸라의 ‘사계(Astor Piazzolla, 1921-1992, Four Seasons in Buenos Aires)’가 대표적이다.

러시아 태생의 차이콥스키는 광산의 감독을 맡았던 아버지와 음악을 좋아하는 프랑스계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았지만 부친의 반대로 법률학교에 진학하고, 법무성의 서기로 근무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잠재된 그의 음악적 본능과 열정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하게 되면서 음악가로서 자양을 쌓게 되었다. 이곳에서 안톤 루빈슈타인에게 이론과 작곡을 배우고, 러시아 5인조를 만나면서 러시아 음악의 민족적인 선율과 서유럽의 음악적 스타일을 조화시켜 차이콥스키 고유의 음악기법으로 서정성이 가미된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을 발전시켰다.

차이콥스키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하던 1875년 11월 월간지 누벨리스트(Nouvellist)의 발행인인 베르나르드(Nikolay Bernard)에게 ‘사계’를 작곡해 줄 것을 요청받게 된다.

이 요청은 베르나르드가 매달 시를 제공하고, 차이콥스키는 그 시와 어울리는 자유로운 형식의 피아노곡을 완성해 주라는 내용이었다. 이전에 낭만주의 초기 슈만이 작곡한 ‘나비’나 ‘클라이슬레리아나’와 비슷하게 문학작품의 영향으로 작곡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베르나르드가 상당한 액수의 작곡료를 차이콥스키에게 약속하고, 당시 생계가 어려웠던 차이콥스키는 그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서정적인 12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사계’가 완성되었다. 12개의 곡은 각각 그 달이 갖는 표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에 1월 ‘난롯가에서’, 5월 ‘백야’, 6월 ‘뱃노래’, 11월 ‘트로이카’, 12월 ‘크리스마스’와 함께 10월 ‘가을의 노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차이콥스키는 월간지의 특성상 각각 달이 갖는 이미지와 어울리는 시를 미리 받고 작곡에 착수했다. 사계 중 1월, 2월은 1875년 12월에 완성하고, 이듬해 3, 4, 5월은 각각 달에 완성 후 6월부터 12월은 4월 중순 이후부터 5월 말까지 작곡했다. 그가 계획보다 일찍 작곡을 마치게 된 사연은 피아노 소품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그가 작곡료를 일찍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가을 역시 우리의 가을과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높은 하늘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낙엽의 색이 바뀌고 잎이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로 차이콥스키는 러시아의 멜랑콜리를 입혀 서정적인 작품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톨스토이의 짧은 시구는 마치 가을의 엽서를 보는 것 같은 정취를 담아내 차이콥스키가 그린 가을의 노래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단순한 풍경 묘사 같지만 선명한 인상을 담고 있는 시는 차이콥스키에게 가을의 이미지를 음악적 동기로 만들기에 분명해 보인다. 단순하면서 선명한 멜로디는 양손을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데 마치 낙엽이 떨어지는 이미지를 하행선율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차이콥스키가 사용하던 피아노.
가을의 노래 -톨스토이



가을, 우리의 아련한 뜰은 초라해져 가고

노랗게 물든 낙엽은 바람에 날리네



우리에겐 아직 남은 10월이 있다. 이 가을이 더 가기 전에 차이콥스키와 톨스토이가 표현한 가을감성을 마음속으로 음미해 보자. 비록 10월이 가고, 11월이 오면 지난 10월이 그리워지겠지만 자연은 다시 겨울을 선물하고, 다음 계절을 가져다 줄 것이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 음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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