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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매일-신춘문예]시 당선작-개미들의 천국

현이령

2020년 12월 31일(목) 00:00
삽화=이형우
아버지가 아침 일찍 공원 숲으로 간다. 노란 조끼를 입고서, 숲이 아닌 것들은 모두 줍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아버지와 아버지 사이 쓰레기를 줍다가 잘못 건드린 개미집에서 후드득 쏟아져 나오는 아버지.

아버지는 아버지를 물고 개미는 개미를 물고 이끼처럼 들러붙어 저녁을 먹는 우리 집. 아버지의 집에는 아버지도 모르는 집들이 많아. 나는 개미처럼 더듬이가 자라고 발로 툭 치면 무너져 내리는 불안들.

바닥을 잘 더듬는 내력이 우리의 유전자에 있지만 나는 한낮에도 까만 개미가 무섭다. 땅바닥을 쳐다보다 땅이 되는 게 꿈인 아버지가 떵떵거리지 못하는 건 기우뚱한 어깨 때문.

개미는 개미에게 의지하고 의지는 의지에 기대고 아버지의 몸을 기어 다니는 수많은 개미 떼. 아버지는 밤마다 방을 쓸어내지만 개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었다 허물었다 오롯이 사라지는 비밀의 집.

새집을 달아 주러 온 나는 새 운동화로 개미를 밟는다. 거대한 발자국 아래 무너진 한 뼘 그늘. 머루 열매 같은 눈알을 꼭꼭 숨긴 아버지.

나는 울먹이며 신발을 턴다. 자꾸만 들러붙는 개미들의 그림자. 숲이 사라져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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