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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삶의 지혜 호시우보(虎視牛步)

소가 지닌 '8덕' 실천을

2021년 01월 24일(일) 17:53
강성수 논설실장 겸 월간국장
올해는 신축년(辛丑年)으로 소의 해다. 천간(天干)이 '신(辛)'이고, 지지(地支)가 '축(丑)'인 해로,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36번째 해다. 특히 소 중에서 하얀 소(白牛)의 해라고 한다. 소의 색깔이 나온 것은 음양오행에서 비롯된다. 오행에 색깔을 덧씌운 것으로 갑을(甲乙) 목(木)은 청색, 병정(丙丁) 화(火)는 적색, 무기(戊己) 토(土)는 황색, 경신(庚申) 금(金)은 백색, 임계(壬癸) 수(水)는 흑색으로 분류된다.

소와 관련된 우리나라 한자성어도 많다. 계구우후(鷄口牛後)는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꼬리는 되지 말라는 뜻으로, 큰 집단의 말석보다는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낫다는 의미다. 교각살우(矯角殺牛)는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말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훈계다.

구우일모(九牛一毛)는 많은 가운데 섞인 아주 작은 것을 비유하고, 우이독경(牛耳讀經)은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알려주어도 알아듣지를 못한다는 것을, 한우충동(汗牛充棟)은 장서가 아주 많음을 비유한 성어다.



우직하게 한 걸음씩



소와 관련된 사자성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호시우보(虎視牛步)일 것이다. 직역하자면 호랑이처럼 바라보고 소처럼 걷는다는 뜻이다. 의역하면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느리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신중을 기하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호시우행(虎視牛行)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예전엔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호칭했다. 밥상을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소는 생구(生口)라고 불렀다. 먹여 키워야 할 식구라는 의미다. 묵묵히 논밭을 갈고 수레를 끄는 듬직한 소는 가축 이전에 가족의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농경 민족인 우리에게 소는 친숙한 동물이다. 그러나 소에 대한 인식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꾸준함과 성실함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리석음의 표상이기도 했다.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쇠귀에 경 읽기'가 대표적 사례다.

'소걸음'을 뜻하는 우보(牛步)에도 양면적 의미가 있다. 지나치게 느려 답답한 걸음걸이로 해석한다면 좋지 않은 뜻이 된다. 반면, 멀리 내다보며 신중하게 가자는 긍정적인 뜻도 있다. 청춘예찬 작가 민태원의 호 '우보'에는 소처럼 꾸준히 나아가겠다는 욕망이 투사돼 있다. 소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 역시 소의 성실한 이미지를 잘 드러낸다.

호시우보는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 다소 느리더라도 조심성 있고 확실하게 하라는 교훈이 있다. 빠른 것을 최고로 여기는 요즘 세대들에겐 낯선 가르침일 게다. 하지만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디더라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상황을 판단할 땐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들여다보고, 행동으로 옮길 것을 결정했으면 조급함을 버리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황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내딛어야 한다.

조상들은 소에게는 8가지 덕(德)이 있다고 가르쳤다. 서두르지 않고 꾸준한 것이 일덕(一德)이고, 돌밭이건 진창이건 가리지도 피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진득하게 나아가는 것이 이덕(二德)이다. 자신이 한 일을 돌이켜 잘못을 반성하며 되새김하는 것이 삼덕(三德)이고, 언제 봐도 편안하고 자애로워 보이는 것이 사덕(四德)이다. 또 재물을 안겨주니 오덕(五德)이고, 소의 뼈와 코뚜레는 불행과 악귀를 물리쳐준다고 하니 육덕(六德)이다. 잡다한 세상사에 초연함과 유유자적함을 보여주니 칠덕(七德)이고, 초월자 과정을 교시하며 인간을 가르치는 것이 팔덕(八德)이다.



소가 지닌 '8덕' 실천을



소는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 이렇게나 많은 것을 깨우쳐 준다. 지식이 넘실대는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미물로부터의 배움을 익히지 못한 것은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을 우선시하는 풍조 때문이다. 작은 어려움도 견디지 못하고 편리함만을 추구한 탓이다. 특히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

호시우보(虎視牛步)는 삶의 지혜다. 항상 상기하며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삼고 소띠 해를 살다 보면 희망이 있는 밝은 미래가 열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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